[시승기] '북미 올해의 차' 몸값하네..2019 제네시스 G70스포츠

  • 등록 2019-04-16 오전 9:00:00

    수정 2019-04-16 오전 9: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엔트리’ 차급은 플래그쉽에 버금갈 정도로 막중하다. 대중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입문을 고려하게 되는 첫 단추로 첫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나본 제네시스의 막내 G70 역시 이런 무게감 있는 고민 속에서 만들어진 차라는 게 곳곳에 드러난다.

매번 동급에 비해 가장 넉넉한 차체, 풍부한 편의장비 등을 내세우며 가성비 마케팅을 펼치던 기존 제네시스 라인업과는 다르게 G70은 주행성능을 매끄럽게 다듬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비좁은 공간에서 오는 불만의 목소리는 별개로 주행감각만큼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평 일색이다. G70을 통해 더 이상 대중 브랜드 현대의 고급차가 아닌, 제네시스로서 거듭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체급은 아반떼나 K3와 비슷한 준중형 크기다. 하지만 더욱 낮고 넓은 차체,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가진 후륜구동 특유의 유려한 비율로 ‘고급차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전면부의 거대한 육각형 크레스트 그릴은 제네시스 G80, G90로 거듭나기 이전의 EQ900와 한 혈통임을 증명한다. 하단 그릴에 오각형을 연상시키는 삼각형도 슬쩍 밀어 넣어 G90(페이스리프트) 등 앞으로 등장할 제네시스 패밀리룩도 예고했다. 그릴과 마찬가지로 두 줄의 LED 주간주행등을 통해 새 패밀리룩을 예고한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렌즈를 양끝으로 몰아 왠지 ‘사팔뜨기’ 같아 보인다.

어둡게 도색된 5스포크의 19인치 알루미늄 휠은 수출형에 적용되던 사양이다. 이전 10스포크 휠보다 훨씬 스포티한 느낌이고 실제 사이즈보다 조금 더 커 보인다. 스포크가 얇아 안쪽에 자리한 로터와 브렘보 캘리퍼가 선명하게 보인다.

후면부는 풍부한 볼륨감이 돋보인다. BMW M2와 닮았다는 LED리어램프는 두개로 겹쳐진 'ㄴ'자 라인과 입체감 있는 그래픽이 더해졌다. 실제로 보면 G70 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왕이면 방향지시등과 후진등까지 LED를 넣어 주었으면 좋았겠다. 아래쪽의 대구경 머플러팁과 디퓨저는 '고성능으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차'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퀼팅무늬를 화려하게 수 놓은 운전자 중심의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모든 버튼들이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배치됐다. 특히 소재 질감은 동급 프리미엄 브랜드 엔트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는 느낌이다. 유난히 방향지시등과 와이퍼레버 조작감과 재질감이 다른 내장에 비해 떨어질 뿐이다.

버킷 타입 시트는 쿠션이 푹신한 편이다. 사이드 볼스터가 넉넉하게 올라와 과격한 핸들링 시에도 몸을 잘 잡아준다. 스포츠카에 맞먹을 정도로 상당히 낮게 내려가는 시트 포지션 역시 드라이빙의 재미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다. 다만 시트를 낮추면 앞서 불편 사항으로 지적됐던 뒷좌석 승객의 발등 공간이 급격하게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HUD를 가장 높게 설정해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제네시스만의 독특한 기능인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연령대에 따른 설정값을 다르게 했는지 웬일로 몸에 잘 맞는다. 같은 값으로 설정했던 G90는 일명 '배 나온 사장님 포지션'으로 등받이를 필요 이상 눕혀줘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새로 적용된 12.3인치의 풀LCD계기판은 윗급 G80나 G90에도 적용되지 않은 사양이다. 3가지의 테마를 지원하며 디자인이 깔끔하고 반응속도 역시 빠른 편이다. 계기판 하단에 자리한 안구 인식 센서를 이용해 입체효과를 줄 수 있는 점은 특이한 부분이다. 배경과 그래픽이 여러 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입체감이 돋보인다. 다행히 오래 보고있어도 눈이 아프거나 어지러움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플로팅 타입 모니터는 시인성이 뛰어나고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성능도 훌륭하다. 다만 연식변경이 이루어졌음에도 제네시스만의 고유 GUI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는 국내외 고객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불만이다.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와도 그래픽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져야하는 '감성'의 영역이다.

뒷좌석은 여전하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퀄팅무늬가 돋보이는 시트는 승객을 포근하게 감싸며 착좌감 역시 부드럽다. 방석길이가 그랜저 만큼이나 길어 2열 무릎공간이 유난히 좁아진다. 아반떼만 한 실내 공간에 그랜저 크기의 시트를 넣었다고 가정해보면 된다. 체격이 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출시 이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1열 시트 밑에 발이 들어가지 않는 문제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센터 터널 또한 높게 솟아 실질적으로는 4인승 차량에 가깝다.

그래도 뒷좌석 에어벤트는 물론 부드럽게 점등되는 실내등, 질 좋은 가죽과 스웨이드 천장마감, 3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 시트 등 풍부한 편의장비는 작지만 고급차에 타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495L의 트렁크는 용량이 중형 세단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트렁크 내부의 높이가 낮아 활용도는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이다. 6:4분할 폴딩을 지원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 있어 편리하다. 시트 개폐는 전동식이다. 이 차급에는 찾아보기 힘든 편의사양이지만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 2019년형에 새롭게 적용했다. 개선을 통해 단점을 보강하는 현대기아차의 장점인 부분이다.

본격적으로 도로주행에 나섰다. 아반떼 만한 차에 3.3L 터보를 올려놨으니 차가 날아다닌다.

경쾌한 가속성능 덕에 오른발에 힘이 자주 들어간다. 규정속도 80km 표지판과 구간단속 카메라가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덕분에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주행보조시스템을 오롯이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현대차의 반자율주행 기술은 볼보나 벤츠 같은 브랜드와 비교해도 수준급 성능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해주며 굴곡이 심한 곡선도 곧 잘 따라간다.

램프구간에서 평소보다 속도를 높여봤다. 급한 코너에서도 쏠림이 적고 바닥에 붙어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19인치 거대한 휠이 적용됐지만 승차감도 적당히 부드럽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느낌 또한 대형세단 못지 않게 고급스럽다.

사운드 제네레이터는 V6의 부드러운 엔진음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다소 인위적인 고음처럼 들릴 수 있다. 가상 사운드를 끄고 자연스러운 엔진음도 즐길 수 있지만 람다 엔진의 음색이 너무 부드러워 스포티한 차량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연비는 3.3L 대 배기량에 터보, 4륜 구동까지 안 좋은 조건은 다 갖췄다. 이틀 간 출퇴근 정체구간을 포함해 250km 가량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7.6km/L에 불과했다. 차를 수령한 뒤 평균연비 리셋 할 때를 잠깐 제외하고는 시승 내내 리터당 10km를 넘기 힘들었다.

공인 연비가 8.6km/L라고 하지만 중대형 세단 수준의 연비에 그친 것은 아쉬움이다. 비슷한 출력의 프리미엄 엔트리 차량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다. 벤츠 C45AMG는 물론 BMW M3(F80)보다도 공인 연비가 안 좋다.

다만 천만원이 넘는 그들과의 가격 차이가 단점을 상쇄시켜줘 다소 위로가 된다.

왜 많은 자동차 전문 리뷰어들이 이 차를 두고 '탈 국산급'이라고 했는지 납득이 간다. 이 분야에 처음 뛰어든다는 부담감으로 담금질한 G70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이 결과 '2019년 북미 올해의 차',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에 동시에 선정됐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곳곳에 아쉬움도 남지만 경쟁 모델과 당당히 겨룰 성능과 소재감을 보여주었다는 게 대단하다. 앞으로 공개 될 2세대 G80와 제네시스 최초 SUV GV80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오는 하반기에 유럽 재도전을 시작한다. 렉서스 같은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도 허덕거리는, 쟁쟁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제네시스가 과연 어떤 '한 방'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줄 평

장점: 수준 높은 주행성능과 마이너 브랜드임을 의식한 가격표

단점: 비좁은 뒷좌석, 차급에 영향을 받지않는 3.3L 터보의 괴랄한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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