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그동안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전문 리딩뱅크`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강권석 행장은 최근 “이제 은행들이 경쟁할 주된 시장은 `중소기업 시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기업의 대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량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이 얼어붙자 모든 은행들이 중소기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네트워크론..중소기업 인기몰이
기업은행은 무엇보다 중소기업 부문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용상품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네트워크론`.
`네트워크론`은 종전 매출채권이나 담보를 기반으로 대출을 실시해주던 것과 달리 제휴를 맺은 중소기업이 납품계약서만 가져오면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납품계약서를 근거로 자금을 지원 받은 중소기업이 계약에 따라 생산하고 실제 납품을 완료한 뒤 대기업에서 받은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특히 납품계약과 동시에 은행으로부터 생산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어 중소기업 자금난을 크게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물품계약 단계부터 결제까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거래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인 위험관리가 가능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신속한 대출은 물론,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보통 일반 중소기업 대출한도는 연간 매출액의 25%~33% 정도다. 이에 반해 네트워크론은 중소기업 연간 매출액의 50% 범위내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 또 일반 대출보다 금리도 평균 1.5~2%포인트 정도 낮아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적다. 실제로 신용이 좋은 기업이라면 최저 4%후반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네트워크론과 일반 중소기업 대출 비교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더 나은 조건으로, 더 많은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고 은행은 각 기업의 납품이나 계약 상황을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어 연체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대출자산이 되는 셈이다.
현재 네트워크론을 판매하고 있는 19개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출 실적 가운데 90%이상을 기업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중순 네트워크론을 출시한 이후 연말까지 373개 대기업과 1500여 중소기업이 서로 협약을 맺도록 주선해 총 2008억원을 대출했다. 이어 올들어 지난 7월20일까지 대출 실적은 9723억원(메디컬 네트워크론 포함)으로 대상기업은 구매기업 432개, 협력업체 3947개로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이어 지난 6월말에는 의·병원, 약국으로 확대한 `메디컬 네트워크론`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약사, 의사들 역시 훌륭한 고객이 될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지난 7월말 기준으로 대출실적은 700억원.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1조원 지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상품의 대출 금리는 4.98%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네트워크론 계약기업수 추이
◇조기경보시스템 구축..中企 `옥석 가리기` 자신
중소기업 대상 영업에서 대출자산의 확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건전성 관리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오랜 노하우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은행보다 뛰어난 `옥석 가리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특히 올초부터 `조기경보시스템`을 강화, 우량 여신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정보 축적량이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여신관리에 있어서도 비교적 정확한 평가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기경보시스템은 여신거래 기업의 계량적 및 비계량적 정보를 일단 일괄 점검해 1차 분류한 뒤 총여신 3억원 미만의 기업은 분류결과를 심사자료로 활용하고 3억원 이상의 기업은 정상, 관찰, 주의, 경보 등 4분류로 나눈다. 관찰과 주의는 2차 점검을 통해 다시 관찰, 주의, 경보로 분류한 뒤 사후관리를 진행한다.
◇측면 지원도 활발..경영·법률·세무 컨설팅 서비스
기업은행은 우수제품을 개발했지만 자금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양산이나 판매를 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최근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위한 `투·융자 복합 상품(Step-Up Loan)`을 출시, 이들의 창업 초기 금융비용 부담을 낮춰주고 자금조달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 창업초기 손익분기점 매출액에 도달할 때까지 이자부담이 크기 때문에 뿌리도 내리기 전에 부실화되기 쉽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상품 뿐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통한 측면 지원도 다양하다. 기업의 성장단계별 경영·법률·세무·PL(제조물책임) 등 각종 컨설팅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제공하고 있으며 법률 자문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지난해 9월에는 법률전문가 총 22명으로 구성된 `중소기업법률지원단`을 발족해 각종 법률 상담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앉아서 기업고객을 기다리던 시절도 지났다. 행장이 나서 발로 뛰는 마케팅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실질적인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강 행장은 직접 각 도시를 순회하면서 경영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우수 기능인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명장`을 선정해 포상하고 세계적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중소기업인 기(氣) 살리기`에도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지원 금액 증가분 5조5000억원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4조4000억원을 지원했으며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체 은행이 지원한 금액 증가규모(6조7000억원) 중 57%인 3조8000억원을 기업은행이 담당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지난해 5조5000억원보다 약 28% 늘어난 7조원을 중소기업에 신규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기업대출을 보면 대기업여신 비중이 0.2% 포인트 확대됐지만 중소기업 여신비중은 1.4% 포인트가 떨어졌다. 규모자체는 45조9676억원으로 지난해말 42조4169억원에 비해선 많이 늘었지만 비중은 떨어져 관심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수평이동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이 은행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6.97%, 지난 6월말엔 6.64% 다. 이는 달느 18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6.23%(6월말기준)에 비해 0.31% 포인트 정도 높은 것.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운전자금이 많은 다른 은행과 달리 장기 시설자금 대출이 많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수 있고 특히 90년대말 고금리시대때 장기 대출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6월 신규 대출분의 경우 5.8%정도로 더 낮다"고 반박한다.
◇중소기업 신규여신 증가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