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7.40달러까지 떨어지고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3.6%나 급락한 단위열량 당(mmBTU) 4.255달러를 기록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에너지업종지수가 0.8% 하락한 반면 다우지수는 39포인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에너지주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뉴욕증시에서는 과거부터 유가 하락은 시장에 악재가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유가 하락은 글로벌 수요 감소에 의한 것인 만큼 부진한 경제 성장이 시장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이번 유가 하락 사이클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잭 에이블린 BMO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 재료가 시장에 악재보다는 호재가 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나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지금 유가 하락기에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클레이즈캐피탈은 국제유가가 20% 하락할 경우 에너지 기업들의 자본지출은 400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지만, 반대로 미국 소비자들이 누리는 부(富)의 효과는 700억달러로 더 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랜디 프레드릭 찰스슈왑 트레이딩 담당 이사도 “유가 하락 초기만해도 시장은 에너지주 하락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며 잘못된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린 CIO 역시 유가 하락으로 인한 득실을 모두 따졌을 때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이익이 9.9%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앞으로 뉴욕증시가 상승하는데 더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