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는 英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작년 4분기 0.5% 마이너스 성장
재정긴축·저금리 기조 위협
  • 등록 2011-01-26 오전 11:24:45

    수정 2011-02-16 오전 10:39:34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며 여전히 침체기를 빠져나오지 못한 가운데 고물가와 저성장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고수 중인 영란은행(BOE)도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은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0.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0.5% 내외의 플러스(+) 성장을 예견했던 시장의 기대와 크게 엇갈린 결과다.

영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둔화세를 거듭하다 지난 2009년 4분기에 처음으로 0.4%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도 꾸준히 회복세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4분기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되면서 다시 침체 기로에 서게 됐다.

통계청은 지난해 11월 말과 12월에 기상 이변에 따른 폭설과 한파로 산업활동이 위축된 점을 성장 둔화의 배경으로 들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설을 고려해도 성장률은 0%에 그친다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영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 수준. 이는 BOE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조만간 물가 상승률이 4~5%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밝혀 물가 상승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FT는 영국 정부의 긴축정책과 BOE의 저금리 정책이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트리플A(AAA)`인 영국 국가신용등급의 재평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밥 카넬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공공 지출 축소는 아직 출발 선상에 있을 뿐이라며 이는 영국 정부의 야심찬 재정감축계획의 효과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게이우드 하이에프엑스 외화담당 컨설턴트는 "지난주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맞물려 BOE가 정책적 딜레마에 빠졌다"며 영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와 BOE는 현재 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번 GDP 지표는 영국 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긴축정책에 대한 재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 BOE 총재도 영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성장세로 돌아가고 있다며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저금리 기조 역시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기준금리는 22개월째 0.5%를 유지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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