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고수 중인 영란은행(BOE)도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영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둔화세를 거듭하다 지난 2009년 4분기에 처음으로 0.4%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도 꾸준히 회복세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4분기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되면서 다시 침체 기로에 서게 됐다.
영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 수준. 이는 BOE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조만간 물가 상승률이 4~5%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밝혀 물가 상승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FT는 영국 정부의 긴축정책과 BOE의 저금리 정책이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트리플A(AAA)`인 영국 국가신용등급의 재평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이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와 BOE는 현재 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번 GDP 지표는 영국 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긴축정책에 대한 재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 BOE 총재도 영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성장세로 돌아가고 있다며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저금리 기조 역시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기준금리는 22개월째 0.5%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