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캘리포니아 이틀새 두차례 강진…최악 지진 오나

“다수 부상자 발생 보고 받아…사망자·중상자는 없어”
건물 균열·일부 지역서 화재…가스관 누수 추정
상하수도·가스·전력 공급 중단…통신도 단절
일부 주민 여진·추가 강진 가능성에 대피소 생활
  • 등록 2019-07-07 오후 8:07:39

    수정 2019-07-07 오후 11:36:56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대규모 강진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할퀴었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가 이번엔 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일과 5일 이틀 동안 규모 6.4, 7.1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진도가 6.0 이상이면 강진으로 분류된다.

일부 지역에선 전력, 가스, 수도, 통신 등이 단절됐고, 가스가 새어 나오면서 화재도 발생했다.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에 금이 갔다. 여진 피해 우려에 주민들이 귀가하지 못하고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곳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많은 부상자 속에서도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비상사태국은 “화재, 가스 누출, 가스관 균열 같은 심각한 보고를 다수 받았다. 하지만 4일과 5일 연이은 지진에도 지진 피해는 당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 지진에 따른 사망자 또는 중상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2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면서 “의료와 소방에 필요한 지원과 전력 재공급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는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로, LA 도심은 물론 네바다주 라스베거스, 멕시코에서도 감지됐다. 또 최초 지진 발발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1000번 넘게 이어지고 있다.

건물·도로 갈라지고 가스누출·화재 발생…인명피해 보고 없어

“지진입니다. 매우 강력한 지진입니다. 우리는 아무래도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오후 8시 19분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스를 전하던 CBS 앵커들은 이런 맨트를 남기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

다.

진원지와 250마일 가량 떨어진 곳이었지만, 건물과 창문이 흔들리는 등 지진에 따른 여파와 두 앵커의 두려움이 뉴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날 LA다저스 홈구장에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프로야구 경기에선 중계 도중 카메라와 기자석이 심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발생한 진도 7.1의 강진은 캘리포니아주 컨카운티 리지크레스트에서 18㎞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리지크레스트는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200km 떨어진 지역으로 인구 2만8000여명의 소도시다. 평소 지진에 익숙한 주민들조차 “이번엔 달랐다. 새로운 수준의 공포였다”, “가만히 서서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건물이 크게 흔들리며 찬장의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일부 건물들은 균열이 생겼다. 식당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은 건물이 무너질까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AP통신은 “병원에 입원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가스가 새어나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드 맥롤린 리지크레스트 경찰서장은 CNN에 “최소 건물 두 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하나는 이동식 주택에 불이 붙었는데 신속히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화재는 지진으로 인해 가스관이 파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가스공급업체는 추가 화재 발발 가능성을 우려, 누출 가능성이 있는 가스관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일부 지역에는 수도관도 파열돼 식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비상관리국의 마크 길라두치 국장은 “날이 밝으면 피해 상황이 더 전해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가스 누출로 일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고 식수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 가장 큰 피해”라고 말했다.

샌버너디노카운티 소방국 대변인 제러미 컨도 “인구 2000여명에 불과한 트로나 마을은 현재 전력과 식수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진앙에서 멀지 않은 모하비 사막 내 해군 기지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최소 인원만을 남기고 모두 기지를 벗어났으며, 작전도 중단됐다. 일부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도 이번 지진으로 파손됐다.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은 이번 지진 사태 수습을 위해 병력 200명과 군용기도 동원하기로 했다.

4일에도 오전 10시30분쯤, 리지크레스트 부근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앙은 LA에서 북동쪽으로 약 175km 떨어진 지역으로 확인됐다.

(사진=AFP)
“1분에 1번 꼴로 여진…추가 강진 가능성”

문제는 여진과 추가 강진 발생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도 분당 1차례, 대로는 30초마다 한 번 꼴로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존 벨리니 USGS 지구물리학자는 “지난 4일 지진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4700번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안에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 다음주까지 진도 3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99% 이상, 진도 5 이상의 지진 발생 확률은 96%, 진도 6이상은 27%, 진도 7이상은 3%”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확률은 시간이 지남면서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비드 위트 컨카운티 소방서장은 “베이커스필드와 트로나 주민 약 130명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현재 컨 카운티와 샌버더디노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연방 정부 차원의 비상사태 선포 및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컨카운티 리지크레스트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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