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한 북한과 함께 사는 방법 고민할 때"

[미중 정상회담 석학인터뷰]③
재미 석학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 연구소장
"한국전쟁 종전선언, 미국은 관심 없을 것"
"북 비핵화 모든 수 썼지만, 남은 게 없다"
  • 등록 2021-11-21 오후 6:50:13

    수정 2021-11-22 오전 7:37:3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회담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최근 한국 정부 고위인사들의 미국 워싱턴행(行)이 부쩍 잦아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방미는 목적이 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박 장관은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주둔은 별개의 문제”라며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했고, 최 차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종전선언이 좋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한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게 과연 가능할까”라며 의문을 던졌다.

신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의 유산(레거시)을 남기고 싶어 할 텐데, 지금은 (남북 관계가 문재인 정부 초반보다 좋지 않다 보니) 허탈감이 클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열심히 뛰며 유산을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이 시큰둥하다고 신 소장은 지적했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게 대표적이다. 올림픽을 종전선언을 비롯한 남북·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으려 했던 한국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게 불가피하다.

그는 더 나아가 “바이든 정부는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모든 아시아 문제는 중국이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컸지만 결국 이뤄진 건 없다”며 “그동안 양자, 다자, 톱다운, 바텀업 등 모든 수를 써봤지만 북핵 문제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역시 북핵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신 소장은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핵을 가진 북한과 함께 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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