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신용카드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칼날이 매섭다. 그동안 신용카드 발급기준과 수수료 문제를 집중 거론했던 감독당국이 오늘(14일)은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직접 나서 융단폭격을 가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불법적인 가두모집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104만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현금서비스 비중도 여전히 65% 수준에 이르는 등 개선 여지가 안보이고 있다는 게 이 금감위원장의 요지다.
이 위원장은 이어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우량회원에만 치우쳐 서민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은 금융감독 당국 수장이 털어놓는 불만에 속을 끓이고 있다. 경쟁적인 가두모집에 따른 부실 양산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서비스 비중이 높다는 점도 상당부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사들은 감독당국이 신용카드사를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보고 있는 건지, 주식회사인 신용카드사가 주주이익을 위한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아해 하고 있다.
◇금감위와 규개위 사이에 낀 신용카드사
신용카드사들은 이날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보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사실 이 위원장의 불만내용들이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인 데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논의가 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사들이 규개위 위원들에게 나름대로의 방법을 동원,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래서 가두모집이나 현금서비스 비중 문제 등은 순차적인 감독계획이 서 있는 상태다. 물론 신용카드사들은 "현실론"을 강조했고 규개위도 상당부분 이 같은 카드사들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이미 상당부분 결론이 난 문제를, 그것도 순차적인 감독계획이 수립된 내용들을 또 다시 수면위로 올리는 것은 금감위와 규개위의 분쟁(?)에 신용카드사가 돌을 맞고 있다는 푸념이다.
◇신용카드사 건전성 논란
이 같은 지적이 신용카드사들이 바라보는 감독당국에 대한 현상적인 모습이라면 근본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미비를 드는 관계자들도 있다.
카드사는 다수 일반국민을 상대로 금융업을 하지만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주식회사이고, 신용카드사가 추진하는 여러 마케팅 기법은 분명히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일례로 이날 이 위원장이 지적한 가두모집만 하더라도 그렇다. 가두모집을 하면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집인에게 장당 2~3만원의 모집비를 지급한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정도의 모집비를 제공하고도 신용카드사는 해당 카드발급을 통해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부실문제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선 상당히 다른 의견이 많다.
LG투자증권은 지난 달 20일께 발표한 신용카드 부문 전망에서 미국은 가계부채 규모가 가처분소득 대비 100%를 초과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제활동 인구당 신용카드 발급수도 10개를 넘어서 국내 가계부채/가처분소득 80%와 경제활동 인구당 신용카드 발급수 3.5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훨씬 나은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체율, 연체액 대비 대손충당금 비중, 순이자마진, ROA, ROE 등 모두 재무비율면에서 국내 카드사가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예전에 이 금감위원장이 금융회사는 ROA가 3%는 돼야 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더욱 상황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 주요 신용카드사들의 ROA가 1.4~2.5%(Capital One, MBNA, Metris, Household 등) 수준인 반면, 국민카드의 경우 4.9%, 외환카드는 3.9%다. 다른 비상장 카드사들의 경우에도 3%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보는 관점에 따라선 미국 신용카드사들에 비해 국내 카드사들이 훨씬 건전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시스템 개선이 전제돼야
이 같은 차원에서 신용카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완전히 다르다. 현금서비스 비중이 높다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나름대로 긍정적인 점도 있다는 것이 신용카드사의 주장이다.
문제라는 것은 분명히 신용카드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신용카드사들은 문제를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분명히 수요가 있는 이 시장을 누군가가 담당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꼬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소액 단기대출시장을 금융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억누를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커진다는 논리다. 물론 이 같은 논리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치피 기존에 이들이 이런 업무를 해왔고 거기서 충분한 이익을 낼 만큼 수요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겠다면 이 시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수요자 입장에서의 대안이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이 같은 대안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