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5일 11시 4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오상용 김재은 기자] 한솔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지녔던 한솔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불과 넉달전 은행권 상시평가에서도 B등급을 받아 `문제 없다`던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충격은 크다. 은행권의 건설업 여신 축소가 이어지고 있고 건설경기 회복은 더딘 상황에서 그룹의 방패막이도 안전하지 않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 "믿었는데.." B등급 건설사 잇따라 휘청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그동안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 건설사들은 일시적인 유동성이 부족할 뿐 부도위험은 없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세 차례 건설사 상시평가에서 보면 B등급 이상을 받고서도 실제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B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건설사중 신창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현진은 지난해 9월 최종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 신세에 놓였다. B등급과 A등급을 받았던 성원건설과 남양건설도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우자동차판매는 4월말에, 성우종합건설은 모회사인 현대시멘트(006390)와 함께 5월말에 각각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산업(002990) 역시 B등급이었으나 지난 4월 채권단과 워크아웃 MOU를 체결했다.
한솔건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상시평가를 마무리한 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금융당국에서 평가를 잘 받은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장을 문책한다고 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의 평가가 이뤄졌다"며 "단기간에 B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차 평가에서 우리은행으로부터 B등급을 받아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던 한솔건설은 끝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행장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건설사 구조조정 잣대가 여전히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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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은행들의 산업별 총 대출금중 건설업과 부동산 및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말 25.4%에서 지난 6월말 22.9%로 2.5%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특히 은행들이 산업별 총대출금을 2008년 6월말 644조3100억원에서 2010년 6월말 717조6700억원으로 11.4% 가량 늘렸음에도 건설업에 대한 대출금은 2008년 9월말 71조8200억원을 정점으로 지난 6월말 58조원수준으로 19.2% 가량 축소했다. 크레딧시장에서는 은행들이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비중을 현재 22%에서 18%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제2, 제3의 한솔건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그룹 울타리 다시보기
그러나 한솔그룹은 한솔건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 금융권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채권단으로선 믿었던 울타리가 허물어진 순간이다. 현재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과 한솔측은 그룹차원의 건설사 지원을 놓고 맞서고 있어 한솔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솔건설 이슈는 신용등급 평정을 업으로 삼는 신용평가사들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올초 대림그룹 계열인 삼호와 지난 6월 한일시멘트 계열인 한일건설은 각각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신용평가사들의 리포트엔 `신용등급이 높은 대주주의 지원가능성으로 재무융통성이 양호하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그룹이라는 울타리만 믿고서 안이한 평정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신평사들의 이같은 관행을 감안할 때 그룹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에 기대고 있는 A- 이하 그룹 관련 취약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투자시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