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이처럼 적극적인 기업인수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M&A가 단순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기업만 골라 싸게 매입하고, 단기간 내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노하우는 경쟁업체들마저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다.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한 자금조달능력과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먼저 간파하는 협상능력도 지금의 이랜드를 만든 강점으로 꼽힌다.
◇잠재 시너지에 `초점`..효율 극대화로 1~2년내 정상화
이랜드그룹의 M&A를 지휘해온 권순문(사진) 이랜드개발 대표는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춰 기업을 고르고 이랜드만의 경영관리 기법을 적용한 결과 1~2년만에 피인수기업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랜드는 지난 2003년 8월 패션업체 ㈜데코를 인수하고 같은 해 12월 ㈜뉴코아와 M&A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해태유통, 11월에는 ㈜태창의 내의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또 올해 2월에는 ㈜삼립개발 하일라콘도와 의류업체 ㈜네티션닷컴 인수하는가 하면 4월에는 한국까르푸를 1조4800억원에 인수했다.
이랜드가 인수한 이들 기업은 하나 같이 빠른 실적개선을 나타내고 있다. 이랜드의 넓은 유통망 활용함과 동시에 통합 재고관리로 효율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랜드는 최근 인수한 한국까르푸 역시 패션부문을 강화함으로써 경이적인 경영성과를 기록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1조7000억원이었던 매출액을 내년 3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도 1.5%에서 6%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확실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한 M&A를 검토하고,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보다 더 먼저, 더 많이 뛰어라"..자금조달능력도 `눈길`
권 대표는 "한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까르푸가 결국에는 매물로 나올 것을 예견하고 꾸준히 제휴를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그룹으로부터 인수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던 권 대표는 직접 까르푸 아시아본부(홍콩)로 날아가 협상을 진행, 의사결정에서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설 수 있었다. 협상 상대방의 요구를 간파하고 먼저 100% 고용승계 조건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도 계약성사의 한 비결이었다.
다양한 경로를 활용한 이랜드의 자금조달 능력도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뉴코아는 지난 2004년 12월 엔씨백화점 평촌점과 순천점, 뉴코아아울렛 동수원점을 `매각후임대`(Sales & Lease Back) 방식으로 한국교직원공제회에 넘기면서 2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듬해 6월에는 자산관리전문회사인 ㈜코람코에 같은 방식으로 뉴코아아울렛 4개 점포를 매각, 2770억원을 끌어왔다. 또 유통계열사 2001아울렛은 지난 2004년 8월 싱가포르투자청과 5000억원의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이랜드는 최근 한국까르푸 인수 과정에서도 3000억원을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되, 나머지 자금은 SPC가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SPC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룹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와 관련 권 대표는 "M&A를 진행할 때 자금흐름이 모(母) 그룹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전략을 짠다"면서 지속적인 기업인수를 통해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조건에만 부합한다면 향후 성장동력으로 유통·패션업체가 아닌 다른 기업도 인수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