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밤 도쿄지검 특수부가 라이브도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만 해도 라이브도어의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계열사 주가조작`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18일 요미우리 신문은 라이브도어 본사가 분식회계에 연루됐다고 전했으며,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라이브도어가 그동안 기업인수 목적의 주식교환을 통해 이익을 크게 부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라이브도어는 일본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다. 특히 호리에 다카후미(33) 라이브도어 사장은 됴쿄대학 재학 중에 처음 뛰어든 인터넷 사업을 31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벤처업계의 신화적인 인물로 평가돼왔다.
◇라이브도어 연루 증권사 부사장 숨진채 발견
19일 교도통신은 됴쿄검찰 및 오키나와현 경찰을 인용, 라이브도어의 기업 인수거래와 연루됐던 `HS증권`의 노구치 히데아키(38) 부사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노구치 부사장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오키나와현 경찰은 18일 나하시의 한 호텔에서 노구치 부사장이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여지며 이날 오후 2시30분쯤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고 전했다.
HS증권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앞서 라이브도어 및 계열사들과 연루돼 있다고 판단, 압수수색을 벌였던 기업 가운데 하나다.
도쿄지검의 이토 테츠오 차석검사는 "정말로 슬픈 사건으로, 명복을 기원한다"며 "도쿄지검이 노구치씨를 조사하거나 호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라이브도어, 허위 주식교환으로 분식 회계"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라이브도어가 그동안 기업인수 목적의 주식교환을 통해 이익을 크게 부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주식교환 명목으로 발행한 주식을 피인수 기업 주주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투자펀드를 통해 매각했던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라이브도어는 펀드를 통한 주식매각 수입을 자회사 계좌로 옮긴 다음 자회사로부터 주문을 받은 것처럼 꾸며 자사 계좌로 입금시켰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수십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중 상당부분이 라이브도어의 실적을 부풀리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브도어는 지난 2004년 9월30일까지 1년 동안 약 50억엔(약 430억원)의 그룹 세전이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듬해 세전이익은 약 110억엔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대주주 후지TV "혐의 확인되면 라이브도어와 결별"
후지TV 네트워크도 제휴사인 라이브도어의 주가조작 수사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8일 후지TV는 라이브도어와 더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 관련 협상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제휴관계를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후지TV는 지난해 4월 자매회사인 닛폰방송을 둘러싼 상후 지분매입 경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라이브도어와 제휴를 맺었다. 당시 라이브도어는 닛폰방송을 자회사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후지TV의 경영권까지 거머쥐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후지TV는 라이브도어가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질 경우 이 같은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후지TV가 라이브도어 지분을 매각하고 자본협력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라이브도어, 상장폐지 불안감으로 매도공세 지속
19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라이브도어와 그룹 6개 계열사 주식 대부분은 전날에 이어 대량의 매도주문이 쇄도했지만 매수세력이 없어 매도잔량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브도어 본사의 분식회계 의혹이 부각된 가운데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기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라이브도어 마케팅, 미디어 익스체인지, 라이브도어 오토, 터보 리눅스, 다이나시티도 매도물량이 매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
18일 산케이 신문은 라이브도어가 만약 악의적으로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회사를 상장폐지킬 수 있는 어떤 직접적인 규율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익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될 경우 라이브도어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