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사랑하는 경찰 동료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내부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조직은 하나회 아니고 쿠데타를 일으킨 적 없다고 한마디만 해주시면 안됐나”,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난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모임을 금지하고 엄정조치하겠단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의 서한문을 받아든 일선 경찰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가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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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찰 내부망에 따르면 전날 저녁 게시된 윤희근 직무대행의 서한문엔 이날 오전 9시 7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서한문의 내용을 비판하며 청장 후보자에서 사퇴하란 요구도 있었다.
서한문에 댓글을 남긴 한 경찰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데, 말리던 시누이가 같이 때리기까지 하니 더더욱 밉다”고 했다.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고 이에 반대한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쿠데타’에 빗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어머니’, 윤 후보자를 ‘시누이’에 비유한 셈이다.
이외에도 윤 후보자에 “행안부 장관의 부하입니까, 우리의 청장입니까? 우리의 청장이라면 직원들의 아우성을 내치지 마십시오”, “국민을 위한 우리의 행동을 국민이 우려한다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우려하는 것입니까? 대체 어느 기관의 수장인가요.”, “경찰국이 생기고 난 뒤 무슨 의견수렴을 하시겠다는 것인지요” 등 냉소적인 반응이 가득했다.
앞서 윤 대행은 지난 23일 전국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을 대기발령하고, 참석자 56명 총경을 감찰하겠다고 했다. 이상민 장관은 전날 전국 총경 회의에 대해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윤 후보자는 전날 서한문을 통해 “더 이상의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며 “이를 위반하고 모임이 강행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선 경찰들이 요구하는 류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 등도 철회하지 않겠단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