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행세 전과 14범 덜미, 기막힌 ‘짝퉁 인생’

신분 세탁 ▶ 혼빙간음 ▶ 사기결혼 ▶ 금품갈취 ▶ 패륜폭행
짝퉁 한의사, 처가에 수억원 뜯어
밤엔 성형 전문의 행세 여성들 유혹
유명 연예인에 병원 홍보대사 제의도
  • 등록 2008-10-16 오후 1:37:38

    수정 2008-10-16 오후 1:37:38

[경향닷컴 제공] 한의사 동생의 인생을 위조한 가짜 이름표를 달고 여성 연예인과 순진한(?) 여성들을 감쪽같이 농락해온 전과 14범이 경찰에 뒷덜미를 잡혔다.

한의사로 신분 세탁, 가짜 정보로 결혼정보업체 등록, 혼인빙자 간음 및 금품갈취, 가짜 결혼식, 성형 전문의 사칭 등 입체적인 사기 수법은 기막히게 제작된 ‘사기 종합세트’를 방불케 했다.

15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노모씨(37)는 지난해 7월 법원에서 동생의 이름과 한자까지 똑같게 개명했다. 당시 동생은 모 한의대 졸업반이었다.

노씨는 곧바로 결혼정보업체에 한의대 재학생으로 등록한 뒤 그해 10월 현재의 부인 김모씨(34)를 소개받고 11월부터 동거하다 12월 결혼했다.

현재 서울에서 한의원을 개업하고 있는 동생이 금년 2월 한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하자 노씨는 동생의 한의사 자격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스캔을 한 후 ‘짝퉁 한의사’로 둔갑했다.

가짜 결혼식도 감쪽같았다. 가족 가운데 노씨의 어머니만 참석한 가운데 주례는 노씨가 한의사임을 반복 강조했고, 신부측에서는 이를 철석같이 믿었다. 노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기행각을 제지하지 않은 채 진실을 외면했다.

노씨는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내에게는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 재산이 많은데 혼인신고를 하면 지원금을 받는데 지장이 생기고 친척들과 소송중이라서 불리할 수 있다”는 거짓 이유를 둘러댔다.

노씨는 금년 1월, 처가에 압력을 가해 병원을 개원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2억6650만원을 여러 용도로 받아 썼다. 이 돈으로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상당액은 유흥비로 탕진했다.

그러나 임신한 아내에게 낙태를 종용하고, 장모를 폭행하는 등 패륜을 일삼다 지난 5월 집에서 쫓겨나면서부터 그의 사기행각이 들통나기 시작했다.

분노한 김씨 측에서 변호사를 고용해 결혼비용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노씨가 동생 이름으로 개명했고, 한의사 자격을 획득한 것도 동생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속은 사실을 확인한 김씨 측은 7월 경찰에 노씨의 사기 혐의를 다시 고발했고, 노씨가 한의사와 의사 가운을 입은 모습, 결혼식 등 모임에서 유명 연예인과 찍은 사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들의 나체사진 등 노씨가 보관하고 있던 ‘수상한 사진’ 10여장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사진 중에는 특히 유명 여성 연예인 이모씨에게 병원 홍보대사를 해달라고 속인 채 수술복을 입고 청진기를 두른 상태에서 간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이 연예인은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하자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노씨와 함께 고발한 주례자와 사회자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또 노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연예인들 가운데도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노씨는 낮에는 한의사를 사칭하면서 가족을 속이는 한편 밤에는 유흥업소 등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로 행세하며 여성들을 유혹했다.

경찰은 노씨에 대해 사기, 혼인빙자간음, 사문서위조 및 행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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