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원가 산정안 `비현실적` 반발

"부가서비스 축소는 과도한 행정지도"
  • 등록 2007-07-31 오후 1:21:29

    수정 2007-07-31 오후 1:21:29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를 강제 축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카드업계들이 과도한 행정지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카드업계는 "금감원이 기존에 출시된 상품들에 대한 관리·감독 뿐 아니라 출시 예정인 상품들까지도 출시 이전에 미리 서비스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부가서비스의 개별 원가를 산정해 원가 이하의 서비스 출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금감원의 구상에 대해서도 "원가 산정의 현실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선제적 대응` VS `과도한 행정지도`

실제로 금감원이 카드 상품 약관에 대해 미리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상품 출시전 약관 제정부터 관여하는 것은 법률상 위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 1년간 감독당국이 카드 상품 출시 이전부터 관여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좌절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명문규정을 통해 엄격히 제한해 각종 할인 혜택을 강제 축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과도한 행정지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출시 이전의 상품 서비스에 손을 댄다는 건 지나친 행정규제"라며 불만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에도 시장 서비스 출시 전 감독당국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은 후 시장에 내놓는 것이 `관례`이긴 했지만 이를 `명문화`한다는 건 과도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 他금융상품과 형평성도 풀어야할 과제

서비스에 대한 원가 산정 절차가 모호하다는 점도 카드사들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공산품도 아니고 서비스에 대한 원가를 정확히 산출한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로 고객기반을 확보하면 방카나 예금, 증권 등을 끼워팔 수 있는데 그런 잠재이익을 어떻게 원가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성장을 위한 업계의 `투자`를 감독당국이 명문화해 감독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관리가 지나치게 카드업계로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이나 보험 등 타 분야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상대가 감독당국이다 보니 업계가 이같은 뜻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누구를 위한 `모범규준`인가

서비스 축소에 따른 고객들의 반발도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소비자단체들은 항공사 마일리지나 영화 할인 등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축소해온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그동안 이같은 부가서비스는 카드사들이 약관에 사전 명시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서비스가 축소돼도 카드 사용자들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금감원이 신용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에 대해 사전 심사할 뜻을 밝힘에 따라, 누구를 위한 기준안인가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감독당국이 관리·감독이란 명분에 치우쳐 소비자들의 편리와 권익은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와 영화관 할인 등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회사원 박씨는 "감독당국이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서비스 축소로 고객들이 불이익을 당할 때는 손을 놓고 있다가 소비자와 카드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축소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사 관계자도 "서비스 축소에 따른 고객들의 반발은 오롯이 카드사가 다 책임져야 한다"며 "감독당국과 고객들 사이에서 카드사들만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곤혹스러움을 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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