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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은 똑같은데 인건비에 물가까지 올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IMF 때보다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반색했다가 사장님 한숨 소리에 직장을 잃을까 걱정이 많다.
업주들 알바 해고하고 근무시간 줄이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최저임금 6470원 대비 29% 오른 수준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 운영하는 김모(62)씨는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최저임금이 8350원이 오르면 현재보다 월 지출 60만원이 추가로 늘어난다”며 “기존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이 8시간 정도였는데 4시간으로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소 문을 닫을 지 고심하는 업주들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정식식당을 운영하는 최모(60)씨는 “2016년 9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예년의 5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며 “여기에다 최저임금까지 계속 오르고 있어 가게를 더는 운영할 수 없다. 조만간 폐업 신고를 해야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모(28)씨도 “올해 들어 아르바이트 2명을 내보냈다. 현재 주방에만 아르바이트생 1명이 있고 나머지 일을 도맡아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나오는데 엄살이 아니다. 나도 그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알바 “최저임금 인상 환영할 일”…일자리 걱정도
이에 따라 정부가 임대료나 카드수수료 인하 등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49)씨는 “임대료나 카드수수료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최저임금만 무작정 올리는 정부는 무책임하다”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정책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일단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김모(21)씨는 “학업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생활비에 보탬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라며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한 약속을 실행하고 있는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울 노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대학생 정모(22)씨는 “최저임금을 잇따라 올리는 것에 반대한다”며 “자영업자도 상대적 약자인데 갈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데다 무인화 점포까지 늘어나서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