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현대차 그룹이 숙원사업의 하나였던 카드업에 진출했다. 현대는 21일 오전 열린 다이너스카드 지분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응찰, 지분 50%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대라는 국내 굴지 재벌의 카드업 진출과 함께 외환카드 인수를 통한 시티은행의 카드업 진입, 은행 카드부문의 독립, 기존 카드사의 상장 등으로 카드업계는 본격적인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 카드업 진출의 의미 = 이날 입찰에는 당초 국내 유통재벌 롯데와 외국계 GE캐피탈이 참여하고 현대의 경우 현대생명 대주주로서의 부실책임 문제로 입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현대는 전날 부실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금감위에 전달하고 입찰에 응해 카드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현대는 카드진출을 위해 다이너스 카드 최저 입찰가인 1695억5991만원외에 현대생명 부실책임을 위해 약 74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현대캐피탈의 다이너스 카드 인수의 의미는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재벌의 신용카드 진출의 벽을 처음으로 허물었다는 데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의 카드사 진출을 막아왔으며 기존 카드사 인수를 통한 진출만 허용해왔다. 지난 5월 금감위는 재벌의 카드업 진출규제를 완화했지만 단서조항의 수위가 여전히 높아 카드사 신설을 통한 진입은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었다.
97년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카드업 진출을 노려온 곳은 현대, SK, 롯데 등. 지난 5월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부실금융기관(현대생명) 대주주로서의 책임문제, SK는 그룹계열사에 대한 출자총액한도, 롯데는 영업능력 한도 등이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번 다이너스카드 인수는 이같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재벌로는 처음으로 카드업 진출의 장벽을 넘은 것으로 이는 SK와 롯데에도 적잖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카드업 진출은 기존에 시장진입에 성공, 약진하고 있는 삼성과 LG등 재벌계 카드사의 경쟁심을 촉발시키는 촉매제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 변화 예상되는 카드업계 =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전업계 카드사는 7개. 은행계가 BC·국민·외환, 재벌계가 삼성·LG 등이며 다이너스와 동양은 국내 재벌이 외국브랜드와 합작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중 다이너스 카드가 현대에 넘어감으로써 재벌계 카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동양카드의 경우 한때 추진했던 SK와의 협상이 무산됐지만 동양그룹측이 매각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닌 만큼 원매자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남아있다. 현대가 카드업에 진출한 상황에서 인수대상은 국내 재벌이 될 공산이 크다.
재벌계 카드의 상장도 업계재편에 변화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는 현재 연내상장을 추진중이며 삼성도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쯤 시장상황을 봐가며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은행계 카드는 외환카드가 시티은행에 넘어갈 경우 비중축소가 예상되고 있지만 기존 은행 카드부문에서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어 재편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외환카드 매각을 위한 외환은행과 시티은행과의 협상은 대강의 가닥이 잡혔고 이달말 이전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태. 우리금융은 자회사 카드부분을 묶어 연내 카드자회사 신설을 추진중이며 조흥은행은 카드부분을 독립법인화 시킨뒤 일부 지분매각을 통해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한빛 평화 광주 경남 등 4개 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합친 우리금융 카드 자회사는 회원 450만명, 자산 3조5000억원, 시장점유율 8%의 대형 카드사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합병을 추진중인 국민·주택은행이 카드부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점도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변수중 하나다.
10여년간 신규진입에 따른 경쟁없이 카드고객 증가와 정부의 육성책 등에 힘입어 성장의 과실을 따먹어왔던 카드업계는 재벌은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과 국내 은행의 신규진출로 하반기이후 본격적인 재편바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익성 둔화 등 환경변화도 예상 =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카드업진출을 결심했고 그 성과를 이뤘지만 카드업 자체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드업이 그동안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초과수익을 누린 것이 분명하고 따라소서 이번에 신규진입이 이뤄짐에 따라 수익성은 저하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전업사나 은행계 모두 지금까지 진입장벽의 덕으로 호황을 누린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신규진입이 확대되면서 카드업은 경쟁심화에 따른 마진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카드업의 승패는 현금서비스 등의 각종 서비스를 통한 수수료수입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문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