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예술세계 담은 '서원아집도 병풍' 보물 됐다

중국 화풍 조선화해 재창조
'남원 대복사 동종'도 보물 지정
  • 등록 2024-04-25 오전 10:30:21

    수정 2024-04-25 오전 10:30:2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이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승려장인 정우의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사진=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1778년 김홍도가 그린 작품이다. 북송 영종의 부마(국왕의 사위 또는 공주의 남편) 왕선이 수도 개봉에 있던 자신의 집 서원에서 1087년경에 소식과 이공린, 미불 등 여러 문인들과 함께 다양한 문예활동을 즐겼던 ‘서원아집’을 주제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은 17세기 조선에 유입된 명나라 시기 구영의 작품에서 도상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배경의 버드나무를 비롯해 암벽, 소나무 등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길상적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을 그려 넣어 조선의 서원아집도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조선화하여 재창조해 발전시킨 조선시대 회화사의 독자성, 창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총 6폭으로 구성된 작품은 수묵담채로 표현됐다. 5폭에서 6폭 상단에 14행으로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의 제발(그림의 제작 배경, 감상평 등을 기록한 것)이 적혀 있다. 여기에는 1778년 9월에 이 작품이 완성되고 3개월 후인 1778년 12월 강세황이 김홍도를 ‘신필(神筆)’이라고 칭송한 내용이 담겨 있어 김홍도의 예술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남원 대복사 동종’은 몸체에 새겨져 있는 주종기를 통해 승려장인 정우가 신원 등 7명과 함께 1635년 제작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 영원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가 영원사가 폐사된 이후 현재의 봉안 사찰인 남원 대복사로 이안된 것으로 여겨진다.

동종의 제작을 주도한 정우와 신원은 17세기 전반에 재건 불사가 진행되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승려 주종장이다. 이들의 초기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은 종의 어깨 부분을 장식하는 입상연판문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보살입상 등 고려시대 동종 양식을 계승하는 한편 종뉴(종을 매다는 고리)는 쌍룡의 외래 양식을 절충했다.

입상연판문대에 마치 연화화생(인간이 연꽃 속에서 태어나는 장면)의 장면처럼 연출한 인물 표현, 불법의 전파와 국가의 융성을 기원하는 원패를 도입한 점 등은 조선 후기라는 시대성과 작자의 개성을 담아낸 부분으로 공예사적으로 가치가 크다.

남원 대복사 동종(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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