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반도체 시장의 회복기가 막바지에 달해 2005년에는 침체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도체 회복기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을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다음 침체기가 공급 과잉에 기인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그 시점이 올해 말이냐 내년 이후냐 하는 것이 문제다.
◆반도체 회복기..끝이냐 시작이냐
다수의 월가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올해 말부터 둔화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올해 반도체 업체들의 자본지출이 전년비 38% 증가한다는 것은 공급과잉 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반도체 시장의 침체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첼데트윌러의 빈센트 밸런타인 애널리스트는 "월가에는 반도체 회복기가 끝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특히 반도체장비 업종의 경우 회복이 종료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로 진실은 이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 들었다"고 주장했다.
올 초 스탠리 마이어스 SEMI 회장도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올해는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산업이 모두 강한 회복기의 초입에 있다"고 말했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IC인사이트의 빌 맥클린 회장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지난 2000년처럼 반도체가 다시 회복기에 접어 들었다"며 "올해 반도체 강세는 2000년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침체기 도래..2005년 이전? 이후?
침체기 도래를 전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침체국면 진입 시점에 관한 논의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올해 말부터 반도체 산업이 침체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반면 반도체 강세가 올해 지속될 전망이며 내년에야 침체기가 도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퓨처호라이즌의 말콤 펜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경기의 회복세 ▲반도체 탑재 신상품 출시 ▲기업 투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증가세에 있다며 "반도체 침체기는 2005년 하반기나 2006년 상반기에야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라우스다이터 린넨 가트너데이터퀘스트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반도체 회복은 반짝 강세가 아니다"라며 "2004년에는 걱정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말에서 2006년초 경에 가서야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그 안드레이 SIA 애널리스트는 한 컨퍼런스에서 "반도체 업계가 내년까지 강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이후 2년간 하강국면을 맞게될 것"이라며, 2005년과 2006년 매출은 각각 전년비 5.8%와 6.6%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SIA는 올해 반도체 시장성장률이 19.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침체기 도래 원인은 "공급 과잉"
침체기 도래 시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다음 침체가 미세 공정으로의 전환에 따른 공급 과잉에서 비롯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세미코리서치의 짐 펠단 회장은 "200mm 및 300mm 팹 가동에 따라 생산량이 증가해 결국 공급과잉이 초래될 것"이라며 "2005년에는 성장률이 5% 하락하는 완만한 침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앤 이토우 세미코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는 업체가 증가함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빠르게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2005년에는 반도체 산업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 확대 움직임도 공급 과잉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중국은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5년에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에 영향을 줄 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소비자가전 수요 및 정보기술(IT) 업그레이드 증가세 둔화, 연방금리 인상 등이 반도체 시장 침체의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