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자사주 매입 허와 실

  • 등록 2002-05-14 오전 11:40:38

    수정 2002-05-14 오전 11:40:38

[edaily] 최근들어 주가가 조정양상을 보임에 따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증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올들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의 수는 지난 3일 현재 31개사로 전년대비 121.4%증가했으며, 금액으론 전년대비 179.5% 증가한 449억원 규모이다. 거래소 시장의 경우, 2002년 1사분기 기준으로 주식수와 금액이 각각 1억831만주, 1조3,13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9.0%, 28.8% 감소했지만 주가가 조정에 들어간 4월 이후 5월 10일까지 약 5,900억원의 자사주가 매입된 반면 약 43억원의 처분이 있었다. <거래소의 4월 이후 자사주 취득금액 누적추이 (단위:억원)> 자사주란 기업이 자신의 재산으로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게 된 것으로 상법은 자기주식의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증권거래법상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에 한해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는 조항이 마련돼 있다. 특히 작년 9.11테러 이후 최근까지 취해졌던 정부의 자사주 매입 특례조치 등으로 주가안정과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 상당히 활발해 질 수 있었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실질적 동기로는 주가안정, 경영권보호, 상여금 지급, 주식매수 선택권 대비 등이 있다. 또한, 이론적으론 여유자금 운용과 세금효과를 노린 대안적 배당수단으로서의 자사주 매입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어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정보나 공시가 시장에 퍼지면 물론 그 기업의 주가는 오르거나 하락세가 진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가격대에서 일정 부분 물량은 회사가 소화해 주겠구나 하는 기대가 시장의 수급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으로서도 지나친 주가하락으로부터 주주를 보호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기업 내부적으로 충분한 유동성과 재무적 안정성이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평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도 각 기업이 자신의 주가를 어느 정도 방어해 줌으로써 시장의 변동성을 축소하는 역할을 해주면 급격한 주가변동에 의한 불만이나 문제제기 등이 감소하여 시장의 안정화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이유는 별로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봐도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반대할 만한 시장의 이해당사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면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항상 좋은 것일까? 하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기업의 가치와 자사주 매입과의 관계를 잘 살펴보고 그 본질적 측면을 이해한 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기업은 주식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매각하여 공개기업이 됨으로써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주식시장은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끌어 모으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이런 공개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는 주식시장을 통해 회사의 자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자본환급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자사주 취득은 배당가능액의 범위내에서 가능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배당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사주 취득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그 회사가 자기자본비용을 능가하는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회사가 성장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시장의 확장이 지속되어 그 기업의 매출과 이익도 증가세를 지속하게 된다. 이런 기업들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 들인 돈을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주주에게 돌려 주기 보다는 그 자금을 현재의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그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성장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자금을 주주에게 주게 되면 주주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것보다 더 유망한 투자처를 찾아 운용해야 하는데 회사의 투자안보다 더 유망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회사가 그 자금을 보유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주주이익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1975년 창업해 올해로 27년째가 되는 미국 최고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배당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평균 배당성향은 고작 0.24%로 거의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그 이전에는 이 보다 더 낮은 배당성향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배당성향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가는 현재 50달러 선으로 10년 전에 비해 12배 이상 올라 있다. 최근 다른 기술주와 함께 주가 폭락으로 최고치인 120달러에 비해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인데도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경이적인 주가상승률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배당도 하지 않는 기업의 주가가 왜 이렇게 오를 수 있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추이> <마이크로소프트의 ROE와 금리> 이러한 현상을 기업의 라이프 싸이클 이론에 맞추어 설명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는 DOS프로그램이라는 PC 운영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후 지속적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면서 영업범위를 확대해 왔다. 운영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신개념의 ‘윈도우’프로그램을 도입한데 이어 지속적으로 신버전을 출시하였으며,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익스플로러라는 검색엔진을 개발하여 기존의 넷스케이프를 시장점유율 면에서 추월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엔 다시 게임기 시장에 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런 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소요되게 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선 주주에게 자금을 환원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주주의 입장에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영업이익을 주주자신에게 돌려주는 것보다 회사의 경영자가 알아서 적절한데 투자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 주는 편이 훨씬 바람직스러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가 돈이 되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이익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고 보유주식의 가치상승에 따른 부의 증가가 배당수입을 챙겨 운용하는 데서 생기는 부의 증가액보다 훨씬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게 되고 그만큼 기업가치는 하락하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성장기업과 반대되는 경우는 사양산업 또는 성숙기에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가 영위하는 주된 사업이 이미 성숙기 내지 쇠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시장경쟁이 치열하고 그런 사업에 추가로 투자해 봐야 투입자본의 기회비용조차 회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여유자금이 있으면 수시로 주주들에게 돌려 주는 것이 회사가치의 보존에 도움이 된다. 이런 기업이 여유자금을 수익성이 낮은 곳에 투자하게 되면 그 사업에서 회수되는 자금이 금융시장의 다른 자산에 투자해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수준에 미치기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런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그 회사의 주식을 처분하고 그 회사 보다 높은 수익성을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은 그 회사의 주가가 그 수익성에 견주어 볼 때 저가메리트가 있다고 여겨지는 수준으로 하락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성장성이 없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여 주주에게 자금을 돌려 주는 행위는 그 기업의 현재가치를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작용을 한다. ◇최근의 자사주 매입 행태에 대한 문제점 인식 회사의 영업활동이나 재무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은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내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사주 취득에 관한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사주 취득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그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도 이런 기준에 따라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기업 들의 자사주 취득 동기를 보면 기업가치, 주주이익에 대한 고려보다는 단순한 주가관리, 경영권 안정등과 같은 동기에 의해서 내려지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들 조차 무분별하게 자사주취득의 대열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제 막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조차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하락하면 부랴부랴 자사주취득 공시에 나서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주주들의 이익은 자사주취득으로 얻어지는 단기수급 개선과 그를 통한 일시적 주가상승보다 기업가의 제일 덕목인 혁신노력을 통해 돈이 되는 투자처를 끊임없이 발굴함으로써 그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그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다함이 없이 공연히 자금을 돌려 주는 데에 급급해 하는 경영자는 경영자로서의 기본적 본질적 의무를 충분히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