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가던길...그만 황강의 풍경에 풍덩 빠졌습니다

  • 등록 2013-08-06 오후 12:32:47

    수정 2013-08-06 오후 12:32:47

황강 깊숙이 노를 저어 다가가면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법한 절경들이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 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번 여행지는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 경상남도 합천입니다. 산의 고장이라 불릴 만큼 합천에는 유명한 산도 많이 있습니다. 가야산과 황매산이 대표적이죠. 가야산은 큰 절인 해인사가 있어 사시사철 수많은 불자와 관광객들로 붐비고 황매산은 5월이면 진분홍 빛깔의 철쭉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합천은 이 두 산을 남북으로 남강 연안과 삼가지방에 비교적 넓은 분지가 발달해 있는 전형적인 시골 산골마을입니다. 역시 합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해인사입니다. 해인사에는 두 개의 문화재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팔만대장경으로도 불리는 고려대장경과 이를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입니다. 장경판전은 세계 문화유산, 대장경은 기록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지요. 이번 여행 목적지도 해인사였습니다. 황강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버리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에 빠져 래프팅 회사 사장님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했을 정도입니다. 황강은 세계 어디에 소개해도 될 만큼 아름답고 생태계가 잘 보존이 잘 된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해인사라는 큰 빛에 가려 합천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여름, 합천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한번 찾아가보시길 바랍니다. 단, 래프팅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인 ‘스릴’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진정 느끼고자 한다면 물살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동화될 수 있도록 조용히 노를 저어야 하니깐요.

황강의 잔잔한 물길 위에 비친 물그림자. 한 여름 녹음 짙은 나무들이 물 위에 그대로 비친다.
▲새들이 노닐고, 원시 자연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황강’

황강은 경상남도 거창의 삼봉산에서 발원해 합천을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다. 최근 일부 동호인들사이에 알려지면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강을 찾는 목적은 래프팅 체험 때문이다. 합천보조댐 밑에서부터 용주에 이르는 약 2.5km 구간 운영되는 래프팅은 물살이 세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간혹 물이 흐르는 방향을 잊어버릴 정도로 물살이 세지 않아 줄 곧 노를 저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황강의 숨은 매력은 바로 래프팅이 아닌 수변로를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비경이다. 지름 100m 정도의 강속 호수와 민물수초, 수풀버들 숲과 그 사이로 난 물길, 철새떼 등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로움과 쾌감을 전달한다. 래프팅 강사 이성민(모아레벤트·30)씨는 “새벽녘의 황강은 물안개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마치 천상에 오른 듯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 만날 수 없었다.

이 무릉도원을 만나기 위해선 뱃길을 이용해야 한다. 카약을 직접 가지고 오거나 아니면 래프팅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 볼 수가 있다. 래프팅은 협동심을 키우는 좋은 수상레포츠다. 이 곳 황강은 단체로 래프팅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사실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래프팅의 ‘스릴’ 을 포기하기로 했다. 수변로를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비경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배를 강에 밀어 넣고 천천히 노를 저어나가면 사람의 손길이 하나도 닿지 않은 듯한 원시 수풀림들이 모습을 드러난다. 너무나 물살이 약해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를 놓을 수 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래프팅 도중 바라본 황강의 모습. 뜨겁게 내려쬐던 한 여름의 햇살도 황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식어버린다.
▲새·풀벌레 소리…자연이 낳은 오케스트라

잔잔한 호수에 서로 겹쳐 놓은 듯한 비친 짙은 녹음과 저 너머 한창 노닐고 있는 하얀 백로와 청둥오리들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하던 일을 멈추고 서서 가만히 눈을 마주친다. 마치 저들이 사는 세계로 들어온 허락받지 않은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러다 이내 날개를 펴고 수면 위로 날아오른다. 정지되어 있던 그림 같은 풍경이 갑자기 튀어 나온 듯한 그런 풍경이다. 다시 주변이 조용해지자 노 젓는 소리와 일행들의 말소리에 묻혀 있던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다. 이제는 숨 소리 마저 조심스러워질 정도다. 어느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소리의 아름다움이다. 적막한 침묵이 이어지자 잠자리 떼가 몰려와 배 위에 하나 둘 앉는다. 이제는 불청객이 아닌 이들의 세계에 동화된 듯 한 기분마저 든다. 물살이 너무나 잔잔해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저 그림 같은 풍경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다 현실로 나가는 문처럼 저 멀리 우리를 기다리는 차가 보인다. 약 1시간 동안의 짧지 않은 체험이었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황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다 보면 간혹 황강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잠시 물놀이를 잊어버리고 만다
▲래프팅의 스릴 내려놓자 드러난 원시림의 비경

혹여나 래프팅의 짜릿함에 빠져 황강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놓칠지 모를 다른이들이 안타까워졌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 않았나. 스릴을 포기하고 이 곳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용기만 있다면 황강은 살며시 다가와 속살을 열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이 물길 위에서가 아니면 이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리가 있어 수변로를 따라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하지만 다리가 끊어진 후에는 이동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반대편 산을 넘어오는 방법이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황강을 더 개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록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이탈리아의 유명한 베네치아처럼 이 곳 황강에 곤돌라를 띄워 보는 것은 어떨까.

황강 깊숙히 배를 저어 내려 가면 마치 유명한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았음직한 절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메모

▶가는 길

◇자가용: 경부 고속도로 이용시: 대구 → 88고속도로→ 합천→ 황강레포츠공원

남해고속도로 이용시: 군북IC → 의령(대의)→ 황강레포츠공원

중부내륙고속도로 이용시 :김천JC→ 고령IC→ 황강레포츠공원

구마고속도로 이용시 : 창녕IC→ 청덕면→황강레포츠공원

대진고속도로 이용시: 단성IC→ 생비량면→ 황강레포츠공원

◇버스: 서울남부터미널(1일6회 운영) → 합천버스터미널→시내버스 승차→황강레포츠공원 하차(4시간 30분소요)

▶볼거리

- 합천영상테마파크가 호러마을로 여름기간 내내 변신한다. 밤마다 음산한 울음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다. 서울의 옛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건물들이 귀신의 집으로 변신하는 등 아이디어 넘치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 합천의 황매산은 4계절이 풍부한 산이다. 봄에는 철쭉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에는 억새가 바다를 이룬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가야산 국립공원은 저지대로 ‘가야산 소리길’이 조성돼 있다. 이 길은 저지대 수평 탐방로로 조성되어 누구나 탐방할 수 있다.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행사장~영산교까지 약 6km, 탐방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다. 홍류동계곡과 소나무 숲을 걸으며 계곡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홍류동계곡은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경치가 장관이다. 또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자연생태, 역사문화, 자연경관 등 3가지 테마로 가야산 소리길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인사 스님들이 불경을 외고 있는 모습.
합천영상테마파크에는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호러마을 축제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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