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본에서 2024년산 햅쌀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쌀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물량 확보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통업체에서 경쟁적으로 매수에 나선 영향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사진=농수산식품수출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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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일본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 인테지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내 전국 약 6000점포에서 쌀 판매액이 1년 전보다 1.3배 증가해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0위 밖에 위치했다는 점에거 크게 증가란 수치다. 쌀가공품(포장 쌀밥) 역시 같은기간 113% 증가해 10위에 올랐다.
올해 여름 일본에는 슈퍼 매대에서 쌀이 품귀 현상을 일으키는 ‘래이와의 쌀 소동’을 겪은바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쌀 재배면적 감소와 고온장해 피해를 입은 지역의 1등급 쌀의 비율 저하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인해 외식산업에서의 쌀 소비량 급증 △난카이 트로프 지진 대비 비축용 수요 급증 등이 꼽힌다.
문제는 쌀 가격 상승세가 햅쌀 공급 개시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매점의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50~80% 비싸다. 일본은행이 12월 11일 발표한 11월 기업물가지수는 쌀이 주 영향으로 작용해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유통업체의 쌀 매수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쌀 조달이 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 전체에 퍼져 있어 관련 회사들이 미리 재고확보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슈퍼 등의 판매정보를 수집하는 닛케이 POS(판매시점정보관리)에 따르면, 소매점 주력 상품인 니이가타 코시히가리(5kg)의 11월 평균 가격은 3445.6엔으로 전년에 비해 70%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1.6% 높았다.
통상적으로 일본에서는 수확된 쌀은 농가에서 1차 유통인 JA그룹 등에 출하되며 시중의 쌀 도매회사인 2차 유통으로 이동한다. 올해는 중소 집하회사나 외식 등 말단의 유통업자도 적극적으로 농가 직접 구매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설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에서 2024년산 쌀 수확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679만2000t으로, 생산량 증가에도 가격 상승세는 물론 물량 부족이 지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10월에 집계한 2025년 6월말 민간 재고량은 165만t으로 추정된다. 쌀이 부족하기 시작한 2024년 6월말 시점과 비교하면 5.8% 증가했지만, 수확량은 10월 보다 약 4만t 하향 조정돼 여유가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aT 관계자는 “일본의 쌀 가격 고공행진은 일반 소비자의 가계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생산 비용과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그간 쌀 소비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감소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올해 쌀 부족 사태를 보면서 적정 재고 수준 재산정 등 수급 안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