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전통 버리고 새 대응방식 택했다…왜?

금리인하등 간접지원 대신 시장에 `직접 자금` 투입
미국 상황, 신속·선제적 대응이 더 효과적 `인식`
모럴헤저드도 억제..효과 높이려면 재정정책·ECB 공조해야
  • 등록 2008-03-18 오후 12:37:27

    수정 2008-03-18 오후 12:37:27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심한듯 다양한 정책 카드를 뽑아들고 있다. 국제 신용위기가 `돈맥경화`의 수준에서 금융권 파산으로 이어지는 `부도위기`로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FRB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기존의 전통적인 정책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것이라는 점이다.

◇`MBS 시장에 직접 돈 쏟아붓기`..내과치료 대신 외과수술 택해

▲ 새로운 방식의 금융시장 안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FRB의 수장 벤 버냉키
연준은 11일(현지시간) 새로운 공개시장조작 방식인 `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TSLF)`를 도입, 정부 채권 공식 딜러들인 `프라이머리 딜러(PD)`에게 2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PD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증권(MBS)을 담보로 맡기면 FRB가 국채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유동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MBS를 현금과 등가인 국채로 바꿔줌으로써 문제의 핵심인 MBS 시장의 정상화를 노린 획기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지난 14일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베어스턴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JP모간 체이스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재할인 창구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베어스턴스에 공급하도록 한 이 방식은 대공황 이후 거의 사용된 적이 없는 방식이었다.

베어스턴스가 JP모간에 넘어간 16일, FRB는 PD들이 대출 시장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PD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제시하는 담보의 범위를 넓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새로운 조치였다.

FRB의 이같은 조치들은 기준금리를 내려 유동성 확대를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 FRB가 직접 시장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MBS를 담보로 받아들여 MBS 거래 시장을 재가동하려는 조치는 신용위기의 시발점인 부동산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체질 개선 또는 영양분 공급(금리 인하)을 통해 병세를 호전시키려는 내과적인 치료에서 환부(주택 시장)를 직접 도려내는 외과 수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방식 변경 배경, 이머징마켓 위기상황과 유사한 미국 상황

FRB는 왜 전통적인 방식 대신 새로운 방안을 끄집어 내고 있을까. 왜 신용위기에 대처하는 정책 기조를 변경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 최대 채권 투자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FRB의 변화를 이전에 이머징마켓에서 발생했던 위기 상황과 비교해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건전성 악화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 환율 급락 등 이머징마켓에서 발생했던 위기 상황들이 현재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CEO에 따르면 FRB가 이머징마켓의 경험에서 중앙은행이 ▲현 시점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사안에 따른 적절한 대처보다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며 ▲조치가 빠르면 빠를수록 위기의 청산 과정이 덜 고통스럽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누적돼 있는 만큼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약효를 발휘하기 어렵고, 사안에 따라 완벽하게 대처하는 것 또한 불안감을 누그러트리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처한 상황도 FRB가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은 저금리 시대에 쌓아놓았던 막대한 차입자금(leverage loan)을 청산하는 과정에 있다.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차입자금을 청산하면서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자금시장은 말라붙는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는 `모럴헤저드`만 양산  
 
금융시장의 기본 체계에 금이 간 상황에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 공동 CEO 겸 CIO
다.

FRB가 전통적인 방식, 즉 금리인하 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 들 경우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다.

FRB가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투자자들을 구제할 경우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능력 밖의 투자처에 돈을 쏟아붓는 것을 주저하기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중앙은행 정책의 효율성을 좀 먹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정부 재정상태가 악화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바로 이러한 점이 FRB가 금리 인하와 같은 기존 방식 대신 자산 가치가 추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선제적인 조치를 요구받는 이유라고 엘-에리언 CEO는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보다 자산가치 보존에 초점..재정정책 지원해야

엘-에리언 CEO는 FRB가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대신 자산 가치를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택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재정 정책의 보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인 측면에서도 공조가 필요하다고 엘-에리언 CEO는 주장했다. 그는 최근 수 주 동안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JOB)은 미국의 상황에 귀를 닫고 있으며 이것이 외환시장의 동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FRB는 ECB 및 일본은행과 함께 환시에 개입해 금융시장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외환시장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고 엘-에리언 CEO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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