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탄핵 인용 후 최대 난제…'朴대통령 구속 vs 사면'

헌재 탄핵심판 결정 초읽기…어떤 결론이든 후폭풍 불가피
촛불민심 “탄핵 기정사실화” vs 태극기민심 “대통령은 죄가 없다”
현재로는 탄핵 인용 전망 우세…박근혜 신병처리 ‘뜨거운 감자’ 부상
검찰구속·불구속·수사유보·특별사면 놓고 대선정국서 논쟁 격화
  • 등록 2017-02-25 오후 10:55:29

    수정 2017-02-26 오전 9:11:21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정권교체를 간절히 염원하는 문재인 지지자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고 차기 대선이 12월에 열리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vs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확신하는 박정희 지지자가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푸른색 수의를 입은 채 수갑을 차고 구치소 문을 나서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헌재의 탄핵 결정 이전 대통령의 자진사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미지수입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고민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헌재의 탄핵결정은 국민 여론이나 그동안 헌재의 스탠스를 고려할 때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최대 난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안입니다.

①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구속수사

②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불구속 수사

③대선기간 중 검찰수사 유보

④새 정부 출범 직후 정치적 사면

⑤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

종착점 도착 앞둔 탄핵열차…인용 vs 기각 혼란 불가피

탄핵열차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34표로 통과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두 동강이 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오늘(25일)은 서울 도심 광장은 촛불과 태극기가 수놓았습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파장은 예측불허입니다. 여론은 여전히 탄핵인용이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미세한 균열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 지지율은 4∼5%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샤이 보수층’의 움직임이 눈에 뜁니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헌재에서 탄핵까지 당하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느냐는 반응입니다. 특히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좌파의 기획설을 외치며 탄핵무표를 외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더구나 헌재의 탄핵심판이 초읽기에 접어드는 3월초가 되면 3.1절을 기점으로 헌재 주변에서 매일매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물리적 충돌 속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 분위기로는 3월 10일 전후 선고가 유력합니다.

결국 둘 중 하나입니다. 탄핵심판 인용 또는 기각입니다. 만일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에 복귀합니다. 또 5월초로 예상됐던 조기대선은 물건너 갑니다. 대선은 예정대로 12월에 실시됩니다. 야권 주자와 지지층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탄핵을 주도해온 촛불민심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정국은 급속히 조기대선 국면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탄핵무효를 외쳐온 태극기민심이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격렬한 갈등 구조 속에서 대선이 치러지면 대선 이후 국민통합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극심한 좌우대립으로 나라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습니다.

朴대통령 신병처리…구속수사와 정치적 사면의 갈림길에서

현재로서는 탄핵인용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많습니다. 만일 탄핵이 인용되면 정말 다루기 힘든 최대 난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대통령 박근혜의 신병처리 문제입니다. 크게 5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구속수사 △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불구속 수사 △대선기간 중 검찰수사 유보 △차기 대통령 취임 직후 정치적 사면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 그러나 어떤 선택도 쉽지 않습니다.

우선 ‘박근혜 검찰 구속수사’는 이른바 ‘이재명식 접근법’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12월 탄핵정국에서 “박근혜가 청와대를 나서는 순간 수갑을 채워 구치소에 보내 처벌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탄핵인용은 곧 대통령 신분을 잃어버리고 민간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죄로 구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은 탄핵인용과 동시에 ‘구속’이라는 치욕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갑을 차고 수의를 입은 대통령의 모습은 신문, 방송, 종편, 인터넷 공간에서 하루 종일 실시간으로 도배되고 말 것입니다. 탄핵 찬성론자들에게는 벅찬 환희의 순간이겠지만 탄핵 반대론자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느냐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난제입니다.

‘박근혜 불구속 수사’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절충한 방안일 수 있습니다. 박근혜 구속수사가 가져올 국론분열에 가까운 혼란상을 방지하면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박근혜 구속’이 가져올 보수결집에 따른 역풍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경계하는 야권에서 오히려 선호하는 방안일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역시 구속수사라는 치욕을 피하면서 재판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촛불민심이 이를 용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아울러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온 대통령이 검찰수사에 저항하며 보수결집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대선기간 중 검찰수사 유보’ 역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인용 이후 정치사회적 대혼란이 대한민국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도 있습니다. 1997년 10월 15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이른바 ‘DJ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를 유보한 경우입니다. 다만 보수진영에서는 상대적으로 환영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촛불민심과 야권 지지층이 용인해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러나 3가지 경우 모두 본질적인 난제를 또 잉태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와 사법처리 확정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과거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대우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어렵다면 선택은 특별사면입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차기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실제 범여권 진영의 대다수 정치인들은 사석에서 박근혜 사면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선 대선과정의 갈등 해소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적 혼란 방지를 위해 취임과 직후에 ‘박근혜 특별사면’을 단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임 초부터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카드입니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사법적 단죄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한 뒤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경우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군사반란과 권력형 부정축재를 단죄한 뒤 임기말 국민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선택한 방식과 유사합니다.

문재인·안희정의 딜레마…지지층 우선이냐 vs 국민통합이

문재인·안희정은 차기 지지율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50%를 넘어섭니다. 둘 중 한 명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민주당 경선이 대선 본선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면 밑바닥 지지율에서 허덕이고 있는 범여권 주자들은 헌재의 탄핵결정 직후에 펼쳐질 정국상황을 고려할 때 현 지지율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낮은 응답률은 이른바 샤이 보수층의 존재를 간과한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클 수박에 없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샤이 보수층의 존재가 야권 우위의 대선 지형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중대한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 난제로 떠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식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언론과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대답하기는 곤란합니다.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이재명식의 해법과 대통령은 죄가 없다는 김문수식의 해법은 명쾌합니다. 다만 상당수 주자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딜레마에 놓일 수밖에 없는 사람은 바로 문재인과 안희정입니다. 헌재의 탄핵인용 결정 이후 대통령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예상해볼 수 있는 두 사람의 답변은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판단에 따라 처벌받아야 합니다.”

사실 더 이상의 대답은 파장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만일 대통령에서 물러난 민간인 박근혜가 검찰 수사에 저항할 경우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대선 기간 중 정치적 혼란방지를 위해 수사 유보 주장이 나오는데 이에 동의하는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민통합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인지 △해외 망명·추방·도피 등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대통령의 해외거주를 인정할 것인지 등등 너무나도 민감하고 예민한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력주자들은 즉답을 피하며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촛불이든 태극기든 어떤 식으로든 보다 분명한 대답을 원할 것입니다.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문재인과 안희정은 고민이 깊어지게 됩니다. 하나하나의 이슈가 대선판을 뿌리째 요동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보수의 격렬한 저항은 역설적으로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담보하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과거 탄핵역풍과 같은 거대한 후폭풍이 불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문재인과 안희정은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통합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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