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승무원만 콕 찝어 해고한 中동방항공…법원 "해고 무효"

法 "한국인 일부에 대해서만 차별적 계약갱신 거부"
"동방항공 계약 갱신 거절, 합리적 이유 없다"
승무원들 "큰 상처에 위로…즉시 판결 이행하라"
동방항공 측 항소 여부 따라 재판 계속 예정
  • 등록 2022-09-08 오전 10:47:18

    수정 2022-09-08 오후 3:54:0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중국 동방항공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된 계약직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소송 제기 2년 6개월 만으로, 재판부는 다른 외국인 승무원들의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 비춰 한국인 승무원들에 국한된 계약갱신 거절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중국동방항공 해고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한 승무원들이 선고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봉기)는 8일 오모씨 등 70명이 동방항공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피고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적법하지 않고, 원고들에게 계약 갱신 기회권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에서 원고들에 대한 계약 갱신 거절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외국인 항공승무원 중 특정기수에 해당하는 한국 국적 승무원 일부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갱신을 거절했다”며 “나머지 외국인 항공승무원에 대해서 계속 고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 측 계약 갱신 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방항공은 2018년 채용돼 2020년 3월 9일 정규직 전환을 앞둔 14기 한국인 승무원 73명 전원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사측은 계약기간 만료 고지서를 승무원들에게 보내면서 “항공시장 전반의 변화, 당사의 경영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해고자 중 70명은 ‘중국동방항공 14기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 같은해 4월 3일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책위 측은 “해고 직전까지 신규 항공기종 교육·훈련 이수를 지시하는 등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되고, 개별적·구체적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신입 승무원들을 해고한 것은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동방항공의 정규직 계약 갱신 거절 통보는 법률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방항공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자사의 국제선 운항 역시 대폭 감소했으며,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에게 정규직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날 판결로 이들의 법적 분쟁은 동방항공 측의 항소 여부에 달리게 됐다.

중국동방항공 해고무효 소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일과사람의 최종연 변호사가 8일 오전 1심에서 승소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책위 측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대표원고 오씨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해고를 당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저희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방항공은 이번 해고 무효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 반성하고, 즉시 판결을 이행해 짓밟힌 저희 승무원들의 꿈을 지금이라도 되찾아주길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최종연 변호사는 “입사 당시 사회초년생이던 원고들의 평균 나이는 28세가 넘었다”며 “1심 판결대로 원고들을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법정 공방이 길어진다면, 원만한 분쟁해결은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외국 회사와 한국인 근로자들의 분쟁이기도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 기대권에 관한 또 하나의 선례를 세운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중대한 경영위기가 발생했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려면 객관성·공정성·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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