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로 수요 파괴 진행”…원유 수요 하향 조정

IEA “수요 파괴 나타나…원유 수요 증가 폭 하향”
“원유 가격이 경제 성장과 원유 수요에 영향 끼쳐”
강한 여행 수요가 ‘수요 파괴’ 막고 있단 분석 나와
정유업계 최대 영업익 전망…“리스크는 수요 파괴”
  • 등록 2022-06-19 오후 5:02:18

    수정 2022-06-19 오후 5:02:1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최근 몇 달 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연초 예상치보다 감소하리란 분석이 나왔다. 기름값이 너무 올라 기름 사용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려온 여행 수요가 올여름 터져 나오면서 글로벌 원유 소비량은 당분간 유지되리란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글로벌 원유 수요가 고(高)유가 현상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IEA는 “원유시장은 이미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에너지 가격, 소득 등에 따라 원유 수요를 꾸준히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AFP)
수요 파괴란 석유 등의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공급이 제한되면 이에 맞춰 수요가 일시·영구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 수요 파괴가 나타나리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수요 파괴가 일어나는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IEA는 원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수요 파괴 현상에 따라 연초 세웠던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연초 IEA는 올 한 해 세계 원유 수요량이 일 320만배럴씩 증가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선 하루 평균 180만배럴 증가에 그치리라고 전망했다.

토릴 보소니 IEA 석유시장본부장은 최근 열린 한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현재 원유 가격이 경제 성장과 원유 수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도시를 봉쇄한 조치 등이 애초 예상보다 글로벌 원유 수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억눌려온 여행 수요가 원유의 수요 파괴를 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항공유·휘발유·경유 가격이 연초보다 50% 이상 오른 상황에서도 여름 여행에 대한 강한 수요가 연료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5월 말 메모리얼 데이부터 9월 노동절 연휴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드라이빙 시즌(driving season)에 돌입했다.

게다가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매우 높다는 점도 고유가 속에서도 원유의 수요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토릴 보소니 본부장은 “낮은 석유제품 재고와 정제설비의 계속된 유지 보수 등이 글로벌 연료 부족 현상 악화에 한몫했다”며 “올해 남은 기간 정유업체들의 정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원유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국내 정유업계의 유일한 리스크도 ‘수요 파괴’란 얘기가 나온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한 1조400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유일한 리스크는 높은 제품 가격에 따른 수요 파괴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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