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대표적 재정적자국이면서도 시장의 관심에서 조금은 멀어져 있었던 이탈리아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강등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S&P는 취약한 성장 전망과 정치적 개혁 의지 부족을 이유로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특히 `스캔들 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정치적 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이 같은 정치적 교착상태가 재정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의 등급 강등은 시장에서 잠시 잊혀졌던 이탈리아 재정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시장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부실한 재정 상황을 주목하게 됐다.
S&P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이나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나섰지만 이미 동요한 투자자들은 진정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다른 재정불량국들의 상황과 맞물려 23일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와 유럽 기준 국채인 독일 10년물 국채(분트)의 스프레드는 186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벌어졌다.
그간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 집중됐던 시장의 관심이 자국으로 쏠리자 다급해진 이탈리아 정부는 서둘러 재정 개혁 방안을 내놨다. 수년 내로 수백억유로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것.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오는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350억~400억유로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방안을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부적인 계획 역시 이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딧은 고객들에 보낸 서한에서 "S&P의 부정적 전망 제시는 이탈리아 정부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