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 상한제 4월 재개 미지수…전기료 인상 압력 세진다

尹 속도조절론에 상한제 재시행 무게
‘경영난’ 호소 민간 발전사 반발 부담
LNG 하락에 줄어든 전력수요도 변수
“결국 전기료 분기별로 14원 올려야”
  • 등록 2023-03-05 오후 6:30:00

    수정 2023-03-05 오후 7:44:26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지난달 말 종료되면서 당장 이달부터 한국전력(한전)의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SMP 상한제 재시행을 고심하고 있지만 민간발전사들의 반발 등으로 무산되면 전기(소매) 요금 인상 압력이 더 세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SMP 상한제에도 ‘역마진’ 적자 늪 한전


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작년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3개월간 시행한 SMP 상한제를 종료했다. SMP 상한제는 한전의 막대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기 요금 인상 대신 민간발전사에서 전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전 3개월간 전력도매가의 평균이 최근 10년간 전력 도매가 평균의 상위 10%보다 높으면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국제 에너지값이 아무리 올라도 10년 평균가의 1.5배만 적용해 전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작년 12월1일부터 시행한 SMP 상한제로 전력구매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약 160원으로 정해지면서 지난달 기준 SMP(253.56원)보다 94원 가량 저렴해졌다.

문제는 SMP 상한제가 종료되면 한전의 재무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단 점이다. SMP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일종의 도매요금인데 그동안 상한을 걸어 억눌러왔던 가격이 정상화하면서 한전이 종전보다 더 비싼 값에 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앞서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는 SMP 상한제 통과를 허용하면서 연속해서 3개월을 초과해 적용하지 않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상한제 종료 후 한 달이 지난 이후부터는 재개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가 지난 3개월간 시행한 SMP 상한제에도 작년 한 해 33조원 손실이라는 역대 최악을 기록했는데 상한제가 종료되면서 민간발전회사에서 전력을 다시 비싸게 사야 하고 전기료를 올리지 않는 이상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전은 전력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가 굳어지면서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전력통계월보 1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력 판매단가는 킬로와트시당 140.4원으로 1년 전보다 41.8% 올랐다. 반면 발전자회사에서 사들이는 단가는 킬로와트시당 177.7원을 기록했다. 한전은 전력을 팔 때마다 킬로와트시당 37.3원을 손해 본 셈인데 SMP 상한제를 시행해도 역마진 현상이 여전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4월 재시행 VS 전기료 인상…정부 고심


정부는 다음 달 SMP 상한제 재시행을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에너지 요금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SMP 상한제 재시행은 전기료 인상 대신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민간발전사들의 반발은 부담이다. 한전의 적자를 전기요금 현실화 대신 민간에 떠넘겨 해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상한제 보상에서 제외된 영세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전기사업법 개정안 철회를 주장하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SMP 상한제를 시행한 3개월간 민간발전사들의 예상 손해액은 2조1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 입장에선 SMP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적자가 커질 수 있고 결국 소매가인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는 재시행이 맞지만 연료가격이나 수요, 민간발전사 경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달 말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SMP 상한제를 종료하더라도 한전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SMP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국가스공사(KOGAS)의 열량단가는 월 기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전력수요도 줄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3월 액화천연가스(LNG) 열량단가는 1기가칼로리(Gcal)당 14만868원으로 지난달(14만9372원) 대비 5.7% 하락했다. 전력수요 역시 지난 1, 2월 두 달 연속 감소세다. 2월 최대전력은 7만6183메가와트(MW)로 작년 같은 달(7만7278메가와트) 대비 1.4% 줄었고 1월 최대전력은 작년(7만9797메가와트)보다 0.4% 감소한 7만9797메가와트였다.

SMP가 이달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상한제가 사라지게 되면 한전의 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올해 연간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1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했는데 당장 2분기부터 1분기 요금 인상 수준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력수요와 LNG 가격 추이를 봤을 때 민간발전사의 손실만 커지는 SMP 상한제는 재시행하지 않는 방향이 옳다”며 “SMP 상한제를 시행 여부를 떠나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을 분기별로 킬로와트시당 14원가량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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