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이 中 IT공룡 BAT에게 배워야할 3가지

바이두 베이징·알리바바 항저우·텐센트 선전 본사 취재
치열한 경쟁 생존자…중국 모바일 생태계 이끌어
규제없는 정부 지원에 젊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중국 시장서 세계 무대로…한국, 中기업 편견 버려야
  • 등록 2020-09-09 오전 9:06:46

    수정 2020-09-09 오전 9:06:46

중국 IT 업계의 삼두마차인 (왼쪽부터) 베이징 바이두, 항저우 알리바바, 선전 텐센트 본사 전경. 사진=신정은 특파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작년 여름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한 이후 중국 3대 IT 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본사를 어렵게 섭외해 취재했다. 9월 항저우 알리바바, 12월 베이징 바이두,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찾은 선전의 텐센트 본사를 취재하며 느낀 건 이제 우리가 그들의 성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성장전략을 배워야할 때라는 점이다. 14억명 내수시장과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기는 했지만, 이들은 그만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하다.

중국 BAT는 각각 2000년, 1999년, 1998년 모두 다른 도시에서 탄생했다. IT 기업으로 묶여 있으나 영위하는 사업은 완전히 다른 ‘승자독식’ 기업들이다. 바이두는 포털,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텐센트는 SNS 를 기반으로 지난 20년 간 플랫폼을 확대해왔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3사는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이끌며 고속성장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금에서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를 보편화했듯 모바일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이들 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규제 없는 사회 분위기와 혁신을 장려하는 정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은행을 도입할 당시 시 각종 규제에 막혀 오랜기간 애를 먹었다. 반면 중국의 위쳇페이와 알리페이는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 없이 빠르게 성장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대중화했다. 바이두가 도시 한복 판에 AI 공원을 만들고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할 수 있는 것도 정부가 규제를 풀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이다.

BAT는 기업 문화가 젊고 변화에 민감하다. 이들 기업의 평균 직원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임원들은 모두 국내 기업에서 과·차장급인 30~40대였다. 70, 80세가 되도 경영일선에서 버티는 한국의 재벌들과 달리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젊은 피 수혈을 이유로 만 55세 나이에 은퇴했다. 올해 만 49세인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자신은 최근 변화의 흐름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다며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AT는 더이상 중국 시장만 바라보지 않는다. BAT는 글로벌 벤처 투자를 주도하며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포털 사이트 회사인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아폴로 프로젝트를 앞세워 전세계 완성차 기업을 한데 모았고, 알리바바는 동남아 전자상거래를 장악했다. 텐센트는 SNS와 게임 등 그동안 구축한 경쟁력을 무기로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잠식할까 걱정한다. 대상이 잘못된 걱정이다. 이들이 우리가 뛰어 놀아야할 세계 무대를 한발 앞서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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