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도 `퍼스널샤퍼`가 있다면 어떨까. 투자자가 이 은행 저 증권사를 일일히 돌아다녀가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계열사 상품을 위주로 권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독립적인 `펀드 퍼스널샤퍼`가 있다면 개인마다 적합한 상품을 찾아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는 특정 은행이나 증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투자자문인력(IFA, Independent Financial Advisor)과 펀드슈퍼마켓이 존재한다. 독립적인 인력이나 회사인 만큼 투자자의 성향이나 자산 현황 등에 적합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공정하게 찾아내준다. 투자자가 유행을 따라 특정 지역이나 상품에 쏠림 투자를 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펀드업계의 퍼스널샤퍼인 셈이다.
◇ 싱가포르, 독립적 자문사가 돕는 펀드투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의 지난 2월초부터 시행됐다. 자통법 이후 펀드 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투자자 보호다.
금융위원회는 싱가포르의 펀드슈퍼마켓을 국내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여러 회사의 펀드를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해 투자자의 편의가 개선되는 것과 동시에 펀드판매 전문인력을 통해 펀드를 가입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투자자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실제로 싱가포르 금융회사들은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쏠림 투자를 경계하는 것이 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싱가포르 최초의 펀드슈퍼마켓인 iFAST. 이 회사는 각 자산운용사들로부터 펀드 상품을 제공받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2000년 이 사업을 시작해 2008년 현재 40억달러 이상 판매잔고와 약 9만명 이상 개인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iFAST의 역할 중 하나는 독립 재무설계사, 즉 IFA에 펀드거래 시스템, 고객관리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일이다. 이 IFA는 일정 자격을 갖추고 펀드 등 금융상품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람이다. PB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독립돼 있다는 점에서 보다 공정한 자문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에서 작년 한해 금융시장 침체와 함께 펀드 불완전판매가 이슈로 부각됐다. 싱가포르에서도 지난 수년간 은행에서 금융상품 판매 서비스질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IFA에 눈을 돌리게 됐다.
국내에서는 불완전판매와 함께 계열사를 통한 `밀어주기` 판매도 문제시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가 같은 지주사내의 운용사 상품을 위주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27일 기준으로 펀드 판매사중 계열 운용사를 지닌 29개 판매사들이 판매한 펀드 설정액 148조2902억원 중 46.6%가 계열운용사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의 경우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 넘는 비중이 계열사 상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IFA는 독립된 자문사인 만큼 `밀어주기`식 판매에서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 IFA는 펀드 외에도 보험, 투자연계보험상품, 헤지펀드 등도 판매하고 있어 개별 고객의 투자성향과 자산현황 등에 따라 적합한 투자상품을 공정하게 찾아내준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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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 바로알기` 가르쳐줍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투자자들의 `펀드 바로알기`를 돕기위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상품 홍보와는 별개로 판매직원의 고객 바로알기부터 투자자의 펀드 바로알기 등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한국법인 뿐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 `프랭클린템플턴아카데미(FTA)`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펀드 판매와 고객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금융지식 및 컨설팅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05년 3월 인도와 싱가포르 법인에서 시작돼 현재는 홍콩,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한국 등 법인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FTA를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배치돼있다. 순수하게 펀드에 대한 이해를 높여 판매직원과 투자자가 좋은 펀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눈을 높이는 것이 교육내용이다.
포트폴리오 선택과 투자자의 위험분석 게임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워크샵 위주의 실무 교육을 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의 장점을 살려 국제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등 투자자의 눈을 넓히는데도 힘쓰고 있다.
◇ "투자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공부하세요"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올바른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2005년부터 펀드 판매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피델리티 어드바이저 트레이닝 앤드 에듀케이션(페이트, Fidelity Advisor Training and education)`라는 투자상담 실습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2008년 12월말 현재 약 285회의 FATE 세션이 진행됐고, 약 1만3700여명의 펀드 판매직원들이 이 교육에 참여했다. 이는 한국 법인외에도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피델리티 현지법인에서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FATE 프로그램은 판매직원들이 실제 투자자와 펀드 상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익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투자자에게 펀드 투자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을 키워 불완전판매를 최소화하고, 특정 상품과 시장전망 보다는 투자자의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역할연기(Role-Playing)를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판매직원과 고객으로 나눠 실제 고객을 상담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모범적인 판매 프로세스를 익힌다. 2인1조 연습과 팀별 활동, 시청각교육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포트폴리오 투자게임이 추가됐다. 판매직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직접 투자자들의 자산배분 전략을 도울 수 있도록 실습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본다. 이는 웹(web) 기반으로도 개발돼 인터넷상에서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관계사인 스위스 UBS는 세계 최대 프라이빗뱅크라는 명성에 걸맞게 웰스매니지먼트 고객들에게 투자상품을 권유하는데 엄격한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을 알아라(Know Your Client)`는 철학을 강조하며 잘 훈련된 전문 프라이빗뱅커(PB) 들이 UBS가 개발한 과학적인 고객 분석 시스템과 심층 인터뷰 기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투자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 투자자가 원하는 투자방향을 먼저 파악하게 한다. 이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와 구체적인 투자상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UBS는 아시아에 자산관리, 즉 PB사업을 확장해나가면서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싱가포르에 아시아 최대 PB 양성 교육기관인 UBS 웰스매니지먼트 캠퍼스(UBS WM캠퍼스)를 설립했다. UBS는 투자자 각자의 투자성향과 목표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방지하고 투자자와의 관계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핵심이라는 철학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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