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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앞으론 국영 리튬 회사를 포함한 민·관 합작사업 방식으로만 리튬 신규 개발을 허용할 것이라고 20일 발표했다. 칠레 정부는 기존 개발 사업권은 인정하기로 했지만 사업권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국영 회사가 개발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등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광물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40% 이상인 약 920만톤이 칠레에 매장돼 있다. 하지만 현재 칠레의 리튬 개발은 자본력·기술력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 앨버말과 중국 톈치리튬 등 외국 광물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리튬 등 자원 개발 주도권을 외국 회사로부터 되찾아오려고 시도했다. 칠레 정부의 이날 발표는 보리치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당장 리튬 채굴업체는 계약 만료 후 채굴권을 두고 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리튬 채굴업체 SQM과 미국 알버말은 각각 2030년, 2043년 리튬 채굴권이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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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말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안한 국가 리튬 전략에 대해 칠레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설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거 국가 개입이 없었을 때와 비교하면 배터리 제조사가 칠레 리튬 업체와 계약을 갱신할 때 계약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로이터에 말했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은 리튬에 대한 국가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리튬의 가치도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는 이미 2008년 리튬을 국유화했고 멕시코도 올 2월 2348.55㎢에 이르는 리튬 광산에 대해 국가가 탐사·채굴권을 독점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같은 달 아르헨티나 라리오하 주(州)정부도 리튬을 ‘전략자원’으로 지정하고 기존에 외국 기업 등에 내줬던 탐사권을 백지화했다. 멕시코, 칠레, 볼리비아 등은 국제시장에서 입김을 더욱 키우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리튬 생산국 카르텔을 만들려 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이 리튬 생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 자원 기업이나 배터리 기업이 호주 등 다른 리튬 매장국으로 공급망을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시 바르디아 JB웨어 애널리스트는 “모든 채굴 프로젝트에서 정책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호주처럼 채굴기업에 친화적인 지역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배터리 회사인 SK온은 추이를 지켜보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하겠다고 로이터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