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다른 직장 동료들은 한꺼번에 뭉칫돈을 넣는 거치식에 가입했다. 지수는 3개월 만에 10%가 올랐고 3000만원에 거치식으로 가입한 동료들은 300만원을 거머쥐게 됐다. 정 씨는 10만원 버는데 그쳤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딴판이 돼버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주가가 반토막나자 거치식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참다 못한 동료들은 원금 회복을 포기하고 중도 환매를 결정했다. 반면 정 씨는 꼬박꼬박 매월 30만원을 펀드에 넣었다.
결국 지수가 다시 2000선을 바라보는 현재 시점에서 정 씨의 적립식 펀드 수익률은 무려 29%를 기록하게 됐다. 만약 동료들이 거치식 펀드를 중도 환매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거치식 펀드 수익률은 아직도 마이너스.
결국 정 씨처럼 꾸준히 매월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인내 끝에 단 열매 맛을 봤지만 거치식 투자자들은 아직 원금 회복을 못하며 쓴맛을 보고 있다.
거치식은 -2%로 여전히 원금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식과 거치식간 수익률 차이가 무려 30% 이상 난 것이다.
이처럼 적립식과 거치식 펀드의 성과가 크게 차이 난 것은 적립식 투자의 마술이라 불리는 '평균매입단가 인하효과(Cost Averaging Effect)' 덕분이다.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적립식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적립식투자는 기준지수가 하락하면 같은 투자금액으로 많은 수의 주식을 매수하는 `역투자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 증시가 상승기에 돌입하게 되면 매입단가가 낮은 적립식의 회복속도가 거치식보다 빨라지게 된다.
때문에 지수가 2000선에 올랐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적립식 투자를 마음먹었다면 가입 시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최근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것도 전문가들이 적립식펀드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적립식투자는 투자의 타이밍을 생각할 필요가 크게 없다"며 "오히려 투자의 시기를 너무 생각하다가 투자원금을 충분히 쌓지 못해 잃어버리는 `복리효과의 상실`이 장기수익률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금리 시대는 지나고 저금리 시대에 접어 들어 대안투자가 마땅치 않다"며 "부동산도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적립식펀드를 통한 중장기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