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쓰리소프트 이한복 사장은 주변으로부터 "벤처기업의 이명박"으로 불린다. 쓰리소프트에 대리로 입사한지 7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는 보기드문 "신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창업주가 계속 사장을 맡는 것이 보통이고, 벤처기업의 직원들도 회사에서 승진하기 보다는 대박을 터뜨린 후 밖으로 나가 자신의 회사를 세우는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한복 사장의 입지전적 신화는 한층 새롭게 다가온다.
지난 95년 쓰리소프트에 입사한 이사장에게 막 붙여진 "대리"라는 직책 역시 경력을 인정받아 달게 된 계급장이 아니었다. 쓰리소프트는 그에게 첫 직장이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남보다 늦은 나이에 입사한 그에게 "이정도면 적당하지 싶어" 붙여진 직책이었다.
그는 입사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야학도 하고 변리사 준비도 하면서 가정을 꾸려가고 있을 당시, 친구인 아이빌소프트의 진교문 사장이 알음알음으로 추천해 준 직장이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고독한 백수"로 살다가 어느날 전철에서 대우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 칼럼을 읽고 직장생활을 해야겠다고 느꼈죠. 좀 우습기도 하고 늦기도 한 출발이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사장은 경영기획실에서 각종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자금, 인사, 총무 등 다양한 업무를 익혔다. 그때만 해도 작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는 일은 흔한 일이기도 했다.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는 것은 쉽지만 여러 업무를 모두 잘 해내기는 쉽지 않은 일. 대차대조표를 볼 줄도 모르던 이 사장은 자금 업무를 맡기 위해 서강대에서 회계학 과정을 도강하기도 했고 기업 업무에 필요한 서식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에 가서 서식의 윤곽을 머릿속에 담아와 재구성하는 등 바닥부터 하나하나 만들어나갔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이사장은 팔을 걷어부치고 영업 일을 맡기도 했다.
"영업이란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두가지 중요한 문제만 해결하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업팀이 일을 진행하다가 벽에 부딪치면 나가서 문제가 뭔지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곤 했죠." 그 덕분에 그는 영업부문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없어서는 안될 직원으로 자리잡았다.
회사의 모든 업무를 한 눈에 꿰고 있던 이한복 사장은 전임 이석한 사장 재임시절 COO를 맡아 회사의 살림을 도맡아 했다. 실적도 꾸준히 증가해서 98년 16억원이던 매출이 99년 50억, 2000년 86억, 지난해는 103억원으로 매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쓰리소프트는 싸이버텍홀딩스의 김상배 사장이 93년 창업한 후 한국전산원 출신의 이석한 사장을 영입해서 규모를 키워나갔고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했다. 창업 후 계속 검색엔진 하나에 매달려 온 검색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이 사장은 창업이래 계속 한 우물을 파온 보기드문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점이 쓰리소프트의 숨은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늘 외국의 핵심기술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마음에 두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자체 솔루션을 만들어 영업을 시작했죠. 그러나 두 세 명의 연구원이 머리를 싸매고 만드는 것과 수백명이 훌륭한 시설과 장비로 만드는 솔루션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체 솔루션과 외국산 솔루션을 들고 영업을 하던 이 사장은 결국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지원이 가능한 외국산 솔루션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어쩔 수 없이 외국산 솔루션을 팔고 오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지만 얼마전 베리티사에 아시아 언어처리 기술을 공급키로 하는 등 자체 기술을 갈고 닦은 보람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좀 이상적인 것이긴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사원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모두가 주인이고 전문가인 회사 말이죠. 우리 회사의 모든 가족이 연봉을 1억원 정도 씩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열심히 키워서 이익을 주주와 사원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려고 합니다."
이 사장은 앞으로 회사의 구조조정을 대폭적으로 단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구조조정은 좀 다른 의미다.
"대개 저비용 고효율로 체질을 바꾸는 것을 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저는 고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사원없는 회사를 이야기 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주력해왔던 검색 솔루션 부문을 강화하면서 함께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컨텐츠매니지먼트(CMS), 고객관계관리(CRM)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3년 간의 대표이사 임기 동안 쓰리소프트를 한 층 성장한 회사로 만들어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프로필>
1964 서울 출생
1990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졸업
1993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석사졸업
1993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박사과정입학
1995 ㈜쓰리소프트 입사
1999 ㈜쓰리소프트 임원진급
1999 서강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수료
2001 매경-KAIST 최고지식경영자(CKO)과정 수료
2001 ㈜쓰리소프트 부사장으로 진급
2002. 1월 ㈜쓰리소프트 대표이사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