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감 불출석 정몽규 HDC그룹 회장, 신뢰회복 의지 있나

해외 일정 이유로 증인 불참…'회피성' 의혹 제기
국민 신뢰 잃은 기업 생존 못 한다는 말 되새기길
  • 등록 2022-10-23 오후 4:15:31

    수정 2022-10-23 오후 8:57:27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고객의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지난 5월 기자 간담회에서 머리 숙여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8개동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발표했다. 나머지 7개동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거친 후 재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HDC현산 측은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HDC현산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수습에 대한 추가대책을 발표한 후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하지만 최근 정 회장의 행보를 보면 국민의 신뢰 회복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정 회장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끝내 불출석했다. 오세아니아 축구연맹 총회 참석 등을 위한 해외 출장을 불참 이유로 들었다. 국토위에서 정 회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한 데는 지난 6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출석한 정익희 대표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피해 보상 문제와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한 정 회장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정 회장은 정무위원회에서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활동을 위한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잇단 해외 일정에 대해 ‘회피성’ 출장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민기 국회 국토위원장도 이날 정 회장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잘못으로 시민 열다섯 명이 희생됐다. 입주 예정자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며 “그러나 충분한 사과도, 책임지는 모습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HDC현산에 대한 정 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고 전해진다. 1999년 아버지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긴 뒤 이를 토대로 HDC그룹을 키워왔다.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도 정 회장의 작품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자신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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