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임종헌 등 재판 재개…이민걸·이규진 유죄가 미칠 영향은?

이민걸·이규진 유죄 판단 윤종섭 판사 심리
판결문서 공범으로 임종헌·양승태 언급…일부 혐의엔 주범으로
윤종섭 판사,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인사'로 논란
  • 등록 2021-03-28 오후 1:46:56

    수정 2021-03-28 오후 9:51:17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최근 ‘사법 농단’ 의혹 재판에서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연루 의혹을 받는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 첫 유죄 판결을 내린 윤종섭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 등을 사법 행정권 남용의 공범으로 명시하면서 유죄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방인권 기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르면 다음달 초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속행 공판을 열 예정이다. 당초 재판부는 오는 29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연기하고 기일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에선 검찰이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직권남용 범죄 피해자로 명시한 변호사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8년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 손해 배상 청구 소송 개입 △통합진보당 지방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진보 성향 학술 모임 와해 시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다 지난해 3월 구속 500여 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심리를 담당하고 있는 윤종섭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다른 재판부(형사합의32부)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14명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 둘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각각 지난 25일과 2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윤종섭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사진=이데일리DB)
사법 농단 사태로 첫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2년 넘게 이어져 온 임 전 차장 재판도 유죄로 결론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부장판사가 이미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의 판결문에 임 전 차장을 공범으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혐의에 대해선 아예 범행을 주도하고 지시한 인물이 임 전 차장이라고 명시했다. 윤 부장판사는 앞서 이 전 실장 등의 선고 공판에서 양형 사유로 “개인적 이익이 아닌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랐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과 함께 판결문에 공범으로 등장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도 다음달 7일 열린다. 재판부 변경 등의 이유로 연기된 지 두 달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에서 맡고 있고 앞서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선고 받은 전·현직 판사가 8명에 달하는 만큼 무죄 논리 역시 축적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사법 농단 사건에서 첫 유죄 판결을 내린 윤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법관 인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급 인사에서 윤 부장판사와 함께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유임시켰다. 윤 부장판사는 6년, 김 부장판사는 4년째 유임으로 통상 길어도 3년에 한 번 근무 법원을 바꾸는 인사 관행을 깬 처사라는 법원 안팎의 비판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윤 부장판사는 경남 거제 출신에 경희대 법대를 졸업해 문재인 대통령과 동향·동문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인사 이후 진행된 법원별 사무 분담에서도 김 부장판사와 윤 부장판사는 기존 재판부를 유지했다. 특히 이들 재판부에선 현 정권에 민감한 주요 사건들을 심리 중이다. 윤 부장판사의 형사합의36부는 사법 농단 의혹을 심리 중이고, 김 부장판사의 형사21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의 재판을 맡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9년 윤 부장판사가 예단을 갖고 불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지만 끝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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