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 32살의 모하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탈(脫) 석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AFP |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동지역 최대 부호인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비롯한 전·현직 사우디 장관들이 4일(현지시간) 부패혐의로 대거 체포됐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反)부패 운동에 따른 것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권력을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날 사우디 현지언론을 인용, 현재까지 알왈리드 왕자를 포함해 최소 11명의 왕자들과 4명의 현직 장관, 10명의 전직 장관, 수십명의 사업가들이 구금·체포됐다고 전했다. 알 왈리드 왕자는 투자회사 킹덤홀딩스를 소유한 중동 지역 ‘큰 손’으로 시티그룹, 트위터, 애플, 뉴스코프, 타임워너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칙령에 따라 반부패위원회를 구성한 직후 몇 시간 만에 이같은 일을 벌였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 아라비야에 따르면 위원회는 검거 대상에 대해 수사, 체포, 출국 및 여행 금지, 자산몰수 등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개인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공항도 폐쇄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부패와의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만큼 중요하다”며 이들 인사를 축출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권력 강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가 적극 추진 중인 ‘비전 2030’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개혁 정책이다. 그는 지난 6월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등극한 뒤 반대 탄압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한편, 여성 운전 허용 및 운동경기 관람 허용 등 적극적인 국가 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급진적인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모하메드 왕세자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표적이 됐다고 분석했다. 서열 1위에 올라서기 전부터 사실상 정권 ‘실세’였던 모하메드 왕세자는 올해 초에도 TV인터뷰를 통해 부패 관리를 모두 축출해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