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외도, 필러 안고 성형외과로 가는 이유는?

대형제약사들 주름개선 필러 시장 속속 진출
약가규제 피해 수익원 창출..시장혼탁·오남용 우려도
  • 등록 2013-07-29 오전 10:48:29

    수정 2013-07-29 오전 10:48:2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다국적제약사가 주도해 온 ‘필러’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하나둘 진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필러는 주름개선용도나 얼굴 윤곽성형에 사용되는데 ‘간편한 성형’이라는 입소문이 펴지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약가인하 규제를 받지 않는 분야라는 매력에 제약사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동아에스티(170900), JW중외제약(001060), 동국제약(086450) 등 국내업체들이 필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생명과학도 기존 제품에 새로운 종류를 장착하고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의 4세대 필러 ‘엘란쎄’
필러시장은 그동안 미용 전문 다국적제약사나 피부과, 성형외과 등 약물에 주력하는 일부 국내 업체만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업력을 갖춘 제약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판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필러 시장은 갈더마코리아의 ‘레스틸렌’과 앨러간의 ‘쥬비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업체는 LG생명과학(068870)의 ‘이브아르’가 100억원대의 매출로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필러 시장은 8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칼을 대지 않고 짧게는 5분 이내에 간단하게 성형할 수 있다’는 매력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제약사들의 높은 관심으로 필러의 종류도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사용된 콜라겐, 히알루론산, 칼슘 등에 이어 최근에는 의료용 고분자 물질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사용,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4세대 필러도 등장한 상태다.

정부의 규제 강화가 제약사들의 ‘외도’를 부추기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약가 규제를 받지 않는 분야에 진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최근 제약사들이 비급여 약물인 조루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한 조루치료제는 4개 업체가 판권을 사들여 경쟁을 펼칠 태세고, 지난해 특허가 만료된 비아그라 시장은 이미 40여개 업체가 복제약을 내놓았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20여개 업체가 필러 판매에 나서면서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저가 경쟁에 따른 시장 혼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약사와 의사간의 뒷거래 우려도 커지는 실정이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동일 분야에 무더기로 진입, 소비자들에게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제약사들이 수익성만을 쫓느라 정작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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