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주택 골라 보증금 차액 ‘먹튀’…신종 거래사기 주의보

세금폭탄·역전세 우려 오피스텔·빌라 급매↑
‘전세가>매매가’에 차액에 보증금까지 떼먹기도
수도권서 19채 사들여 2억 챙긴 일당 ‘실형’
경찰, ‘매도인 사기 피해’ 수사 확대
  • 등록 2023-05-22 오전 9:49:52

    수정 2023-05-22 오전 9:49:52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역(逆)전세’ 매물만 노려 매매거래 차액과 보증금을 떼먹는 신종 주택거래 사기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월5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매물 게시판에 급전세와 급매매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른바 ‘깡통주택’ 전세사기 집중 수사와 함께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다가구 연립주택) 역전세를 노린 거래 사기 사건도 주목하고 있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서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경우를 말한다.

2020년 7월 이후 종합부동산세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보유·양도세 부담이 늘은 가운데 최근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오피스텔과 빌라 소유주들의 급매가 늘고 있다.

특히 역전세가 벌어진 경우 기존 소유주(매도인)들이 다음 매수자에게 전세를 끼고 매도할 때 오히려 차액에 해당하는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매매가 1억원에 전세가 9000만원이던 오피스텔이 최근 매매가 8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매도인은 매수자에게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 차액에 해당하는 1000만원을 지급하면서 소유권과 임차인 보증금 반환 의무를 넘겨야 한다.

이러한 특수한 역전세 상황에선 매수자가 돈이 없어도 오히려 해당 부동산 매물과 전세차액금을 얻는 ‘무자본 갭투자’가 가능하다. 문제는 다음이다. 매수인에게 애초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면, 해당 주택 매매가가 다시 오르지 않을 시 세입자가 퇴거할 때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가 일정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하면 기존 집주인이었던 매도인에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가 지워진다. 매도인으로서는 역전세에 따른 차액전세금을 매수인에게 줘 해당 부동산 소유권과 권리의무를 모두 넘기고 나서도, 기존 세입자들의 보증금 전액 반환 의무를 다시 떠안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실제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2부는 지난해 12월 5일 역전세 매물만 노려 서울과 경기 수원·화성시 일대에서 총 20억원 상당의 오피스텔과 빌라 19채를 매입하고 합계 약 2억원의 전세차익금을 편취한 일당 3명에 각각 징역 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의 사기·전자금융거래법·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주범 A(58)씨와 B(51)씨는 타인의 명의와 통장을 빌려 대리인 행세를 하며 여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돌면서 역전세 매물만 골라 매입했다. 당시 오피스텔 한 채 기준 시가 약 1억원가량의 매매가를 전세가와 동일 혹은 그 이하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며 평균 1000만원 안팎의 전세보증금 차액을 챙겼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관내 거주 중인 여러 매도인들이 해당 사건 피해자로 연루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이와 유사한 형태로 매수인의 역전세 거래 사기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10건 넘는 매도인 피해 사례가 이어지면서 범죄수익금 추징 보전 조치와 함께 관련 수사를 지속 확대한단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조정 시기 상황에서 전형적인 깡통주택 전세사기 수법 외에, 보증금 반환 능력과 의사 없이 역전세만 골라 차액만 편취하는 신종 전세사기 사례도 늘면서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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