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트럼프 말렸지만 듣지 않아…실패 원인"

트럼프행정부 당시 국방장관 대북특별보좌관 기고문
"北제재압박 후 갑작스럽게 태도 돌변…트럼프 설득했지만, 받아들여"
  • 등록 2022-01-25 오전 9:51:34

    수정 2022-01-25 오전 9:51:34

2019년 2월 28일이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리스 호텔에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 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것은 미국이 섣불리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평가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연구소’의 앤서니 홈스 비상근 선임 연구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국가안보를 주제로 한 웹사이트인 ‘1945’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홈스 연구원은 2017~2021년 미 국방장관의 대북특별보좌관을 지냈고, 2018년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 국방부 공동대표였다.

홈스 연구원은 현 상황을 “2018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18년 1분기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화염과 분노’였다.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무기가 북한의 입지를 약화하고 충돌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국력을 총 동원해 북한과 그 조력자에 대한 압박을 한다는 정책을 선택했다.

홈스 연구원은 “이는 잠시동안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외교·경제관계를 맺은 12개 이상의 국가가 북한과의 관계를 끊거나 축소했다. 이에 북한도 압력을 느꼈다는 게 홈스 연구원의 평가다.동시에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문 대통령 측 고위 관계자는 홈스 연구원에 “더 이상 한국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홈스 연구원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한국의 허가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반박했지만,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상황이 반전한 것은 그 이후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을 두게 됐고, 한국 정부에서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홈 연구원은 적었다.

2018년 3월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회담 의사를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회담을 수락한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홈스는 당시 자신을 포함해 미국 측 많은 이들은 정상회담을 수락하면 비핵화 협상이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고 북한이 미국을 통제하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에 강력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호전적 언사를 계속 내뱉으며 이 수위를 낮추는 대가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고, 대화에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북한이 대화 없이 떠나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협상이 길어지면 좋은 결과보다는 합의 도달이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게 홈스의 생각이었다.

그는 당시 미국의 우방과 경쟁자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결단이 시들해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 경우 이들 국가가 북한과 관계를 재개할 허가로 여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홈스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이 제재 완화를 필요로 할 때까지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져선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말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대화에 동의했고 북한은 과거 패턴으로 돌아갔다. 2년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적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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