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승' 삼성, 애플 美 특허전서 잇단 패배

美 정부기관 ITC "삼성, 애플 특허침해"
'제3국' 유럽서 삼성 잇단 승리..美 자국보호 논란
삼성, 美 잇단 패배 달갑지 않아 "즉각 재심사 요청"
  • 등록 2012-10-25 오전 10:43:46

    수정 2012-10-25 오후 3:13:49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럽은 연전 연승, 미국은 연전 연패’. 삼성이 애플과의 미국 특허 소송에서 또 졌다. 지난 8월 말 미국 법원 평결에 이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계류됐던 소송 2건에서 모두 패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 ‘제3국’에서는 삼성이 잇따라 승리하고 있어,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 판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직속기구인 ITC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침해 판정을 받은 특허는 애플의 터치스크린 등 소프트웨어 특허 3건, 디자인 특허 1건 등 총 4건이다. 당초 애플은 7건의 특허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2건은 비침해 1건은 기각 판정을 각각 받았다.

이날 예비판정은 애플이 지난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소한데 따른 것이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최종판정 전까지는 예비판정의 효력은 없다. 다만 최종판정이 내려질 경우 그 파급력은 법원의 최종판결을 능가한다. 대통령이 재가하면 곧바로 수입금지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판정으로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잇달아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앞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ITC에 제소한데 대한 9월 예비판정에서도 애플이 승리했다.

다만 애플의 잇단 승리는 미국 행정부와 미국 법원이 손을 맞춰 자국 보호주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법원은 차치하더라도 미국 정부기관이 애플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것은 보호주의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둔 마당에 자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지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달아 승기를 잡았다. 유럽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거지가 아니다. 보호주의 잡음에서 자유로운 와중에 나온 판단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영국 항소법원도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월 일본에서도 삼성전자가 이겼다.

미국내 언론도 이 같은 상황을 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조사업체 IDC의 윌 스토페가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사람들은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에서는 애플에 대항하는 삼성전자가 매번 진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계속 싸울 것이고, 장기적으로 애플에 대한 이 같은 추종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미국에서의 잇단 패배가 달갑지 않다. 선진 시장인 미국은 고가 스마트폰 사업상 가장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ITC의 예비판정에 대한 재심사를 즉각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종판정에서는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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