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회원 신용도 하락‥부실화 전조?

정상입금률 하락 따른 연체율 상승 시나리오
"출혈 경쟁 자제·리스크 관리 주력해야
  • 등록 2008-02-05 오전 11:13:46

    수정 2008-02-05 오전 11:13:46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최근 신용카드 개인회원들의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국내 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개인들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정상입금률 등 카드사 자산건전성의 선행지표들도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 물가와 금리 추이가 개인에게 부담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데다 서브프라임 등 국내외 악재에 의한 주식시장의 조정 등이 맞물리면서, 개인회원의 자금여력 악화가 카드사 전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정상입금률↓ → 소비자 지급 여력↓ → 신판 여력↓ → 연체율↑

5일 한국신용정보평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분기 이후 카드사들의 정상입금률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서비스에 대한 정상입금률은 물론 이보다 자산의 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일시불카드대급금 및 할부카드대급금의 정상입금률 역시 동반 하락하고 있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황은수 한국신용정보평가 SF개발실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정상입금률 하락이 궁극적으로는 연체율을 상승시키며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위축와 금리 및 물가 부담으로 회원 개개인의 차입여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 예측의 선행지표 격인 정상입금률이 하락했고, 이것이 다시 전반적인 소비자 지급 여력의 감소를 초래하며 결국 개선되던 연체율까지 상승세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의 전조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9월말 대환대출 총 연체율은 35.8%로 2006년 6월의 30%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래프 참고)
 

 
 
 
 
 
 
 
 
 
 
 
 
 
 
 


1개월미만연체율과 1개월이상~2개월미만연체율이 모두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실제적인 대환대출자의 신용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2007년 3분기 들어 대환대출채권의 연체율 상승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황 수석연구원은 "현금서비스 뿐 아니라 일시불카드대급금 및 할부카드대급금의 정상입금률까지 일괄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향후 카드사들의 연체율 개선까지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여기에 정상채권이 제대로 입금이 안돼 연체채권으로 전이되는 `연체전이율`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2007년 9월 이후 전달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일시불 대급금과 대환대출 전이율은 이보다 앞서 증가하면서 9월 현재 최근 3년래 가장 높은 수치로 악화됐다. (그래프 참고)
 

 
 
 
 
 
 
 
 
 
 
 
 
 
 

◇ "과당경쟁 자제·리스크 관리 집중해야"

이에 따라 국내 카드사들은 향후 공격적인 회원 확보에 나서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감독강화 대비에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카드회원의 경우 단기적으로 신용도 변화가 크게 이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실업급여수급자가 전년보다 12.4% 급증하고 어음부도율도 0.04%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곳곳에서 이미 경기 악화의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카드사업의 경우 소비자들의 개인 신용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업권이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특히 경기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카드회원의 경우 은행계 회원에 비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반적인 고객 신용등급도 은행고객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황 수석연구원은 "경기진폭이 확대되거나 단기적으로 경기호전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경기변동 민감도와 자산구성, 연체율 변화 조짐 등을 감안하면 국내 카드사들은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영업경쟁 지양 및 건전성 감독강화 대비, 현금대출자산 축소와 리스크관리력 강화 등이 시급할 것으로 지적됐다.

영업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회원 유치와 카드 자산 증가를 위한 과당 경쟁은 카드 시장의 속성상 신용도가 낮은 회원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무리한 영업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형사들의 경우 신판 비중을 늘리고 현금대출 비중을 축소하는 등 포트폴리오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자산증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중소형사들은 신용판매 위주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업계, 보수적·안정적 전략 대응 필수

이러한 위험 시나리오에 대해 업계 실무진들은 아직까지는 담담한 모습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정상입금률 하락과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 역시 "최근 들어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예년에 비해서는 카드 업권은 오히려 호황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전업계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겸영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충당금적립률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 감독 기준이 강화되고 있기도 하다.
 
황 수석연구원은 "카드사별로 적절한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등을 통해 제반 연체율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단기간내 급격한 연체율 상승은 없겠지만 불안정한 주식 시장의 움직임 등 제반 거시 지표 등을 감안하면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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