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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1974년 도입, 현 시대에 안 맞아”
이데일리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 전원(29명)을 대상으로 3~5일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야 의원 27명(93.1%)이 누진제 개편이나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수준 △범위 △방식을 놓고 개편에 이견을 보였다.
개편 수준을 놓고는 야당이 여당보다 강경한 입장이었다. 폐지를 주장한 입장 모두 야당 의원들이었다.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민들이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 켜고 있다”며 “징벌적 요금 제도인 누진제 폐지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도 “가정의 전력소비를 제한하기 위해 1974년에 도입된 누진제는 현 시대에 맞지 않다”며 “전력공급 여력이 있는 지금은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폭염·혹한기 복지 차원에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원식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누진제 폐지를 하면 전기를 너무 많이 쓰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누진제 폐지 입장을 밝힌 여당 의원은 없었다. 백재현 의원은 누진 폭과 단가를 줄이는 방안, 송갑석 의원은 7~8월 완화 및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다만 박맹우 한국당 의원은 “당장 폐지하면 누진 기능이 사라져 저소득층 요금에 역효과가 있다”며 완화 입장을 지지했다. 전기를 적게 쓰는 누진 1단계(사용량 200kWh 이하)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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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범위를 놓고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요금체계 공정성·형평성’ 취지로 볼 때 주택용·산업용 등 전반적인 요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당 간사인 홍의락 의원은 “누진제만 가지고 말할 순 없다. 전력시장 요금체계가 왜곡돼 있어 전반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도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환·권칠승·이훈 의원도 ‘누진제 완화-산업용 개편’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경부하 요금은 오후 11시~오전 9시까지 심야시간대 요금제로 ㎾h당 53.7~61.6원(여름철 산업용 전력 기준) 수준이다. 누진제 1단계(사용량 200kWh 이하)의 요금(kWh당 93.3원)보다 낮다. 이 때문에 “산업용은 헐값으로 쓰는데 주택용만 봉이냐”는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당정TF 만들자” Vs “국회서 논의하자”
이 같은 누진제 개편 범위·수준을 논의하는 방식을 놓고도 입장 차가 있다. 우선 거론되는 방식은 당정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논의하는 방식이다. 전기사업법(16조)·물가안정에 관한 법(4조)에 따르면, 한전이 전기요금 약관 개정안을 만들면 산업부 장관(백운규)이 기획재정부 장관(김동연)과 협의를 거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6년엔 당정 TF가 중심이 돼 약관 개정안을 마련한 뒤 산자위 보고를 거쳐 같은 해 12월에 개편안이 확정됐다. 위성곤·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TF를 통한 집중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회 중심으로 누진제 관련 법안을 논의하자는 의견도 대두된다. 조경태 한국당 의원은 “TF에서 논의하면 시간만 끌고 하세월”이라며 “국회에서 논의해 법으로 누진제를 없애는 게 정공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누진제 개편 또는 폐지가 언급된 법안은 총 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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