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읽는 증시]<2>생리대 파동이 깨끗한나라에 남긴 상처

"릴리안 무해" 정부 발표에도 20% 떨어진 주가 회복 안 돼
깨끗한나라 "피해액 추정 중"…시장, 영업이익 기준 우려 수준
재무건정성 호전·영업이익 증가세…신용평가사 "민사 지켜봐야"
  • 등록 2017-10-22 오후 1:30:13

    수정 2017-10-22 오후 11:09:54

최근 석 달간 깨끗한나라 주가 추이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선제적으로 환불을 실시했지만 수출까지 애로를 겪는 상황입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004540) 대표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국회의원들에게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한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으로 경쟁 업체 중 유일하게 생리대 제품 ‘릴리안’을 회수, 환불하기로 했지만, 이미지 회복은커녕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릴리안 등 시중 판매되는 주요 생리대 제품이 문제없다고 발표했지만 파동 이후 20% 가량 떨어진 깨끗한나라 주가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깨끗한나라 “릴리안 피해액, 현재 알기 어려워”…시장 “50억원”

시장 심리가 반영되는 생리대 파동이 깨끗한나라에 남긴 상처 기업 이미지가 언제,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깨끗한나라의 경제적 피해와 감당 가능 여부가 확인되면 심리를 움직이는 불확실성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릴리안 환불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피해액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습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환불을 원하는 고객들이 릴리안 외 다른 생리대 제품을 회사로 보내는 등 예측하지 못했던 일로 수량 집계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환불하는 동안 릴리안 생산 공장 가동이 멈춘 데 대한 비용도 포함해야 합니다. 깨끗한나라 측은 현재도 부분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탓에 공장 전체 운영 전까진 피해액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시장에서는 깨끗한나라가 릴리안 환불로 약 5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릴리안 판매가 지난 9월 한 달간 중단됐기 때문에 매출 609억원을 12개월로 나눈 것입니다. 깨끗한나라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약 7005억원, 74억원입니다. 올해 6월까지는 각각 3598억원, 69억원입니다. 애초 추세라면 올 당기순이익은 100억원을 손쉽게 넘겼을 테지만 생리대 파동으로 이 역시 불확실해졌습니다. 설령 당기순이익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다 해도 릴리안 환불 피해가 당기순이익의 50%를 넘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피해는 분명해 보입니다.

재무건전성 제고·영업이익 증가 등 ‘체력 튼튼’…“진짜는 민사소송”

그러나 예상 피해와 매출, 당기순이익 규모만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평가입니다. 재무건전성과 발전 가능성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깨끗한나라 자산은 지난 2014년 4494억원, 2015년 5099억원, 지난해 5160억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부채는 2015년 3100억원에서 지난해 3086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015년 27억원에서 지난해 6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재정건전성이 갈수록 제고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밖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계속 증가세입니다. 특히 2015~2016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보면 각각 33억원에서 178억원으로, -20억원에서 74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깨끗한나라는 장사도 잘하고 돈 관리도 잘하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입니다.

깨끗한나라는 환불 조치 의사를 밝히며 “전년도 생리대 제품의 매출액은 약 609억원으로 당사 매출의 8.6%를 차지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릴리안으로 인한 이미지가 회복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제품 매출을 통해 회사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릴리안 매출 비율인 것입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깨끗한나라는 제지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기저귀 용품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리대 파동만으로 쉽게 무너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소송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릴리안 사용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소비자 약 4500명이 두 번에 걸쳐 12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습니다. 정부가 릴리안이 무해하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소송이 깨끗한나라에 불리하다고 볼 순 없지만 만에 하나 질 경우 손실은 막대해집니다. 한 신용평가사는 “환불이 진행 중인 점 등 현 시점에서 깨끗한나라를 평가하긴 힘들다”며 “진짜는 민사소송이다. 소송 결과가 나오면 시장이 확실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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