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종전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넘어 △정보통합 △질병기전 이해 △데이터·모델 생성 △약물재창출 △후보물질 검증 △임상디자인 △임상시험 최적화 △데이터 공개 △임상환자 모집 등으로 활용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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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와 유한양행, SK케미칼, 대웅제약, 보령제약, JW중외제약, 한독 등이 현재 AI플랫폼을 이용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AI를 활용한 신약 시장 규모는 매년 40%씩 성장해 2024년에는 40억달러(약 4조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벤치사이(BenchSci)에 따르면 전 세계 신약 개발 AI기업은 지난 2017년 37개에서 올해 2월 기준 230개로 증가했다. 불과 4년 만에 6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서도 3BIGS, 온코크로스, 파로스iBT, 스탠다임, 메디리타, 팜캐드, 신테카바이오(226330) 등이 관련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SK케미칼은 스탠다임과 디어젠, 닥터노아바이오텍 등 국내외 다수 AI플랫폼 업체들과 신약 개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SK케미칼은 약물재창출 과정에서 AI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1월 국내 신약 개발 AI플랫폼 기업 스탠다임과 협업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물질을 발굴한 뒤 특허로 출원했다. 공동연구에 착수한 지 불과 1년여만이다.
대웅제약도 지난달 온코크로스와 협약을 맺고 보유물질 적응증 확대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AI를 이용해 당뇨병 치료제 ‘이나보글리플로진’ 적응증을 대사질환과 심장·신장질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난치성 섬유증 치료제 ‘DWN12088’도 항암제로의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했다.
제약사는 신약 연구를 시작할 때 특정 질병 관련 논문 400~500편을 본 뒤 타깃 단백질을 결정한다. 이후 타깃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후보물질을 합성하는 데까지 평균 5~6년이 걸린다. 경우에 따라 문헌조사에만 수년이 걸린다. 반면 AI는 하루 동안 100만개 논문을 살펴보고 유전체정보까지 확인해 타깃 단백질을 제시한다.
신테카바이오 관계자는 “AI는 10억개 화합물을 스크리닝해 신약 유효물질을 발굴한다”며 “이어 효능까지 검증해 리포트를 제공하는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정확도가 향상되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며, 임상 이전 신약 후보물질 효능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해 실패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AI 신약 개발은 선택을 넘어 당연한 흐름이 됐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조합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은 나올 만큼 나왔다”며 “새로운 물질 조합이 그만큼 어려워졌다. AI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신테카바이오, 캐나다 바이오텍 사이클리카 AI플랫폼을 각각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앞으로 AI플랫폼 업체와 제약사 간 협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외에도 임상디자인에도 활용이 빈번할 것”이라며 “AI는 전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해 임상결과를 예측한 뒤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화하면 임상환자 모집에도 AI가 관여할 수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임상환자 모집은 포스터공고로 이뤄져 건강한 사람이나 질병에 걸린 사람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며 “대신 AI는 병원진료 기록을 토대로 적합한 시험자를 검색해 환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하버드대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이 AI 신약 개발로 오는 2025년까지 270억달러(약 30조원)의 R&D(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