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기업평가]②"평가 1위" 김정태행장

  • 등록 2002-08-26 오후 12:17:09

    수정 2002-08-26 오후 12:17:09

[edaily-씽크머니 특별취재단]
"2002년 상반기 기업투명성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국민은행의 김정태(55)행장은 증권업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동원증권 사장까지 지낸 증권시장 출신의 최고경영자다. 김 행장은 이번 평가에서 ‘투자홍보(IR) 의지가 가장 강한 최고경영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투자자 앞에 기업은 투명한 어항 속의 붕어처럼 모든 것을 들여다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또한 “기업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공기(公器)’라는 의식이 투명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 동안 기업투명성과 관련해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투명경영을 위해선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임직원의 자세와 관행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체 직원과 만남의 시간인 월례조회 등을 통해이를 늘 강조하고 먼저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월례조회에서 “국민은행과 같이 세계적인 투자자의 투자 대상기업은 어항속의 붕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항 밖의 관찰자는 투명한 유리를 통해 붕어의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습니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붕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기업을 경영할 때는 모든 것을 들여다보이고 있다는 의식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권에선 잘못된 관행 탓에 부정을 부정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도덕불감증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한 계좌의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일 같은 것이죠. 젊고새로운 세대부터 이런 관행을 깨고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게 투명경영의 기본이 됩니다.

-투자자들을 응대할 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습니까?
▲국민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70%를 웃도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국내만바라봐서는 기업을 경영하고 관리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국제적 기준을따라야만 합니다. 세계적 투자자들은 경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한껏 보장해줍니다.대신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강도 높게 요구합니다.
해외IR를 해보면, 국민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한민국이라는 영역 안에 국한되지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해외 로드쇼를 나갔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국민은행이 홍콩, 싱가포르, 이탈리아의 세계적은행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이냐?” 왜 자신들이 다른 나라 은행 주식을 사지 않고 국민은행 주식을 사야 하는지를 설득해보라는 이야기지요. 세계적 은행들과도 어깨를 견줄 만큼 국제적 기준에 맞춰 경영하고 있다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올해 가장 노력했던 점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많이 대하다 보면 곤혹스러운 일은 없습니까?
▲가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긴급 콘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을 요청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응해보면, 국내 언론에 보도된 증권사 인수합병 추진설 등에 대해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미확인 보도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다보면, 스스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국내 언론이 한국 기업들의 국제신뢰도를 높이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라도 미확인 보도를 자제해줬으면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여전히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인 정부와의 관계입니다. 많은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민은행이 정부의 입김 아래 있지 않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늘 이를 해명하느라 상당한 노력을 들이곤 합니다. 얼마 전 한 외국인 투자자로부터는 “GM-대우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지원요청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했습니다.

-정부관련 질문은 어떻게 해명하십니까?
▲실제 국민은행 경영은 정부와는 철저히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정부의 하이닉스 지원요청을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조차 없던그 일도 ‘별탈’ 없이 넘어갔습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당시 삼일회계법인 윤종규 부대표를 재무담당 부행장(CFO)으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공무원 출신이 아닌 민간인이 은행 CFO로 영입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사례들을 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하곤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증권사 인수합병은 아직 계획이 없으십니까?
▲물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필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 구조조정은 아직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증권업계에 지각변동이 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당장 우리 고객들이 증권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는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서두를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의 기업투명성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외환위기 이후 크게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제도와 기준은 국제적 수준에 가까이 올라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의식은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식을 높이려면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우선 소유구조가 어떻든지, 즉 경영자가전문경영인이든지 기업주이든지 간에 자신의 전유물이라는 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기업은 ‘공기’(公器)입니다. 사회구성원을 위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나누는 핵심 시스템이죠. 사회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경영할 때 원칙과 도덕을 생각해야 합니다. 흔히들 돈에는 도덕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국가가 망하는 다섯가지 조건이 원칙 없는 정치, 인간성을 잃은 과학, 양심을 잃은 쾌락, 도덕없는 경제, 희생 없는 종교라고 했습니다. 기업 역시 원칙과 도덕을 지녀야만 오래 생존하고 계속기업으로 번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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