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글로 고난의 ‘8년’…‘4수’만의 성공
GC녹십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FDA로부터 자사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고 18일 밝혔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1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
GC녹십자는 지난 2020년 북미에서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해 FDA 가이드라인에 준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만족시킨 바 있다. 이후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로 지연된 충북 오창공장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를 받았다. 실사를 바탕으로 지난 7월14일(현지시간)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를 다시 제출했다. 품목허가는 BLA 제출 5개월만이다.
애초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DUFA)에 따라 내년 1월13일(현지시간) BLA 결과를 통보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지했던 기한보다 1개월가량 빠르게 승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4월 진행된 실사를 성공리에 마쳤고, 크게 결격사유가 없어 빠르게 승인 통보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알리글로 품목 허가는 2015년부터 시작된 GC녹십자의 8년여 노력이 담겨있다. 녹십자는 2015년 처음으로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5%’ 제품에 대한 FDA 허가를 신청했으나 제조공정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보완자료를 제출했지만 2017년 최종 실패했다.
결국 지난 4월 실사가 이뤄졌고 5개월 만에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네 번 만에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
美시장만 13兆…“5년내 시장서 3% 가져올 것”
|
GC녹십자의 미국 시장 내 알리글로 목표점유율은 ‘5년내 3%’다. 바이오 시장조사 전문회사 MRB 플라스마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104억 달러)에 달했다. 2022년 기준으로 회사의 목표점유율을 산술계산하면 미국에서 연간 약 3900억원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인구노령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의 증가로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목표가 달성되기만 한다면 실제로는 더 큰 규모의 매출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매출 발생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전문의약품을 직접 판매하는 경우 초기 증가하는 비용 부담 대비 더딘 성장성을 경험한 바 있다”며 “알리글로 역시 FDA 승인보다는 미국 출시 이후 성장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 기술을 도입,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이 기술은 혈전색전증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 제거에 강력한 역할을 한다. 관련 내용은 이달 초 국제학술지에도 게재됐다.
GC녹십자는 내년 하반기 미국 내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시장에 알리글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알리글로 허가에 앞서 회사는 미국에서 혈액제제 사업을 담당해왔던 미국법인 GC목암의 사명을 GC바이오파마 USA로 바꾸고 알리글로 현지 공급 및 판매를 준비해 왔다. 회사는 미국 시장의 50%를 차지하며, 소수 영업인력으로 공략이 가능한 ‘전문약국’ 채널을 집중 겨냥할 계획이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이번 알리글로 승인으로 미국 내 면역결핍증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 각국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 온 만큼, 알리글로를 토대로 세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해 환자와 의료 전문가들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