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엘, 美 GEM이 추가 투자 나선 배경은?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증은 400만주 구주 취득과 별개”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 일축…자금 조달로 ‘엔데믹 쇼크’ 극복?
피씨엘 외 GEM의 국내 기업 지분 투자 사례 살펴보니
  • 등록 2023-11-28 오전 9:07:32

    수정 2023-11-28 오전 9:07:32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글로벌 사모 대체투자그룹 GEM이 피씨엘 구주 400만주 취득에 이어 3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독특한 투자 방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피씨엘은 투자 혹한기에 어렵게 유치한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GEM의 투자금이 유입되면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매출이 급감했던 피씨엘이 신사업에 투자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활로를 찾을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씨엘은 23일 저녁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글로벌 사모 대체투자그룹 GEM 글로벌 일드(GEM Global Yield LLC SCS, 이하 GEM)이다.

피씨엘이 23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이전에 계약한 GEM의 피씨엘 주식 400만주 취득 계약과는 별개의 건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회사에 따르면 GEM은 34억달러(한화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욕 소재 대체투자 전문운용사로, 전 세계 신흥 시장에 초점을 둔 다양한 투자기구를 관리하고 있다. GEM은 70여개 국가에서 570건 이상의 거래를 체결했다.

이번 유증은 지난 16일 알려진 GEM의 피씨엘 주식 400만주에 대한 지분 취득 계약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건이다. 내년 2월까지 300억원의 투자금을 총 4회 조달받을 예정이다. 각 차수별 발행주식총수, 주금납입일 등은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다.

“이번 유증은 400만주 구주 취득과 별개의 건”

앞서 피씨엘은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GEM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브라운(Christopher Brown) GEM 이사회 의장과 해당 지분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의 독특한 점은 증자가 아니라 구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이며, 매각대상자와 매각 금액 등은 미정이라는 점이다. 구주 매매는 일반적으로 매각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또한 구주 매각은 신주 발행 등 증자 방식의 지분 매각과 달리 피씨엘에 자금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좌)와 크리스토퍼 브라운 GEM 이사회 의장(우)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GEM 사무실에서 피씨엘 주식 400만주 지분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피씨엘)
반면 이번 유증은 신주 발행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피씨엘에 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다. 피씨엘은 이번 유증을 통해 GEM이 피씨엘의 총 주식의 약 20%를 보유하면서 2대 주주로 등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피씨엘 주식수는 1529만3148주로 지분율은 29.68%다.

증자로 인해 김 대표의 지분율이 희석되고 앞서 체결한 GEM의 구주 매입도 진행된다면 GEM이 피씨엘의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구주 매입을 2대 주주인 올릭스(226950)(413만2665주, 지분율 8.02%)와 이동기 올릭스 대표(98만6001주, 1.91%)가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피씨엘 측은 “구주 매각 대상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EM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저희가 계산을 다 해봤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며 “GEM은 최대주주 지위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번 추가 투자의 배경에 대해 “GEM은 한 회사에 투자하는 금액의 최소한(minimum)의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GEM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이번 추가 투자를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데믹 이후 매출 급감한 피씨엘, 조달 자금으로 활로 찾나?

GEM의 이번 유증 참여로 투자하는 300억원은 400만주 지분 취득에 비해 투자금액이 늘어난 규모다. 400만주 지분 취득 시 예상 투자금액은 24일 종가(3850원) 기준으로 154억원 정도다. GEM 지분 투자 결정 전날(15일) 종가 2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0억원 규모였다.

GEM이 이번 추가 투자에 나선 것은 피씨엘의 원천 기술인 다중혈액진단 기술력과 글로벌 혈액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준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피씨엘은 앞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증을 통해 3분기에 23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에 300억원이 추가적으로 조달되면 신사업 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피씨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혜를 입은 업체다. 2019년 3581만원이었던 피씨엘의 매출액은 2020년 537억원으로 1499배나 뛰었다. 이후 2021년 462억원, 2022년 372억원으로 차츰 감소하다 올 들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피씨엘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1% 감소한 17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피씨엘은 신사업을 통한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급 병의원·한의원을 대상으로 중국 진단기기 전문기업 ‘LOCMEDT’으로부터 도입한 혈액진단기기·시약을 납품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고시된 수탁검사 시행령(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의 개정에 따라 향후 의료기관 내 검체검사 진단기기 도입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LOCMEDT의 동물용 생화학장비(Noahcali-100)도 도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해외 혈액진단시장 진출 계획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피씨엘은 모로코와 보건국책사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케냐 보건부로부터 혈액진단기기(HiSU)의 등록허가를 취득했다. 피씨엘은 GEM의 도움으로 북미 혈액진단 시장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질병예측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씨엘 외 GEM의 국내 기업 지분 투자 사례는

한편 GEM의 국내 기업 지분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국내 청력건강관리제품 제조기업인 사운드백신은 지난 6월 GEM과 1800억원 규모의 주식 청약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린 바 있다. 해당 계약을 통해 피씨엘의 계약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내용은 지난 6월 8일 이후 36개월간 사운드백신은 주식 청약 기능을 통해 GEM에 보통주를 발행해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출 시기와 최대 금액은 사운드백신이 제어하며, 최소 인출 의무는 없다. 현재까지 실제로 해당 계약을 통해 자금 인출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소 인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GEM으로부터 1800억원까지 자금을 전부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K-OTC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사운드백신의 시가총액은 508억원 규모다. 시총의 3배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는 셈이다. 180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기 위한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GEM의 투자 유치에 앞서 사운드백신은 지난 3월 36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해당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증을 철회했다. 유증 목적은 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해외사업 진출 등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운드백신은 자본금이 50억원, 자본총계가 43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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