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악몽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다만, 추세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경제 둔화 우려까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POSCO홀딩스(005490))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9조3819억원·영업이익 704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004020)도 33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6조3891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6.8% 늘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동국제강(001230) 역시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11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955억원)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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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최근 조업 정상화로 제품 생산량·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지난해 철강업계 실적 부진 요인으로 지목된 파업과 태풍 피해가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긴 어렵단 분석도 적잖다. 실제로 철강업계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9.6%, 52.1% 줄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철강 생산·소비 시장인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수 열연 가격은 지난 5일 상하이 기준 톤(t)당 3920위안으로 전일보다 120위안 하락했다. 지난 3월 중순 4500위안을 넘어선 열연 가격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여만에 4000위안선이 무너진 것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10월 인도분 열연 가격 또한 t당 3676위안으로 전주(3721위안)대비 1.2% 가량 떨어졌다.
이는 중국 건설 경기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분기 중국의 제조업 등 설비가동률은 74.5%로 지난해 평균보다 1.3%포인트 떨어졌고 부동산 개발 투자도 5.8% 하락했다. 결국, 재고가 늘면서 철강재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4월 말 주요 철강 기업의 일일 조강 생산량은 220만6700t으로 전월 대비 3.63% 줄었지만 철강재 재고량은 1811만300t으로 오히려 4.97% 증가했다.
문제는 단기간에 중국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실물 경기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9.2로 전월치(51.9)와 시장 전망치(51.4)를 모두 밑돌았다. 4개월만에 다시 경기 수축 국면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그나마 자동차와 조선업이 철강 수요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과 설비 투자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의 완만한 경기 회복을 예상하면서 하반기에는 뚜렷한 업황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