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고사한 기억이 나서 이번엔 ‘오히려 불러줘서 고맙다’고 쾌히 응낙을 했다. 그리고 나서,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하면 좋겠는가 물어봤더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과거 기업에서 수행해왔던 언론 홍보 경험담이나 향후 언론의 방향에 대해 강의하면 된다고 대충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경험담이야 어렵지 않게 얘기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언론의 향배를 어떻게 얘기할 까가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 봄인가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관련 국제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했던 한 전문가의 얘기가 기억났다. 그는 미국 뉴욕대에서 커뮤니케이션 분야 강의를 하는 클레이 셔키 교수이다. 세미나에서 그가 한 말을 잠시 인용해 보겠다.
“과거 일방향이던 미디어 행태가 양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급기야 개인이 뉴스를 만들어 내고, 또 다른 개인과 협업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미디어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로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개인이 직접 미디어의 주체가 돼 서로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환경이 됐다. 전문 미디어 집단의 이야기 보다 개인 간의 이야기가 변화를 이끌어 낸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수 언론들이 들으면 기분 안 좋을 얘기인 듯 싶다.
무슨 얘기인가? 전통적인 미디어가 인터넷 공간에서 개인들이 모여 만든 많은 집합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공동 작업을 하는 장소로 쓰이는 도구로 전락한다는 말인가?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의 폭발적인 확산과 발전은 지구촌 사회의 미디어 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위키피디아, 트위터의 순기능적인 역할은 이미 검증되었다고 본다. 수십, 수백만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 이벤트 들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뉴미디어를 기존의 언론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8강까지 올라간 청소년 축구의 골인 장면, 일본시리즈에서 이승엽 선수가 친 홈런 장면 등을 동영상으로 보기 위해서는 아무 포탈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창에 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유럽이나, 일본 현지 방송을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개인 블로거들이 띄운 동영상이 여럿 나오고 그 중의 하나를 골라 보면 된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띄워주는 국내 언론 매체의 서비스를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참 편리한 세상이긴 하지만, 기존 언론들이 긴장해야만 할 대목이다.
그러나, 진정 우려되는 것은 전세계 수많은 개인과 집단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지식들의 사실과 진실 여부를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것이다. 그나마 기존 언론에서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는 대부분 의심할 필요 없이 받아 들이면 되는데,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 만들거나 혹은 여러 개인들이 인터넷 상에서 모여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내는 이른바 뉴미디어의 컨텐츠를 과연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뉴스와 정보를 선별해서 수용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 정보의 경우는 이른바 지식창이나 블로그 검색을 통해 다양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얻는 반면, 중요한 판단을 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평소 신뢰하는 언론 매체의 기사 한 줄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래 사회의 홍보맨들은 말 그대로 변화무쌍한 언론 미디어 상황의 추세를 잘 파악해야만 한다. 진화하는 뉴미디어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여 적극적인 홍보의 채널로 이용할 필요가 있는 반면, 음해를 목적으로 하는 특정 집단의 공격 등 악기능에도 사전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이와 아울러 기존 언론을 통해서는 지속적인 사실 보도를 통해 신뢰의 안전망을 튼튼히 구축해 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문기환 새턴PR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