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 아니냐”, “왜 국가가 맘대로 인터넷을 차단하느냐”, “중국처럼 되는 거냐”, “야동 안 보는 자, 내게 돌을 던져라(야동 합법 청원)” 같은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정부는 비판 여론에도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이번 조치로 세상을 병들게 하는 불법 정보에 대한 효과적인 차단이 이뤄져 이용자 피해를 줄일 것이라며 오해를 풀기 위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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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NI 필드 차단 방식은 https에서 암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에 환경 설정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서버 이름을 식별해 차단하는 기술이어서 패킷 내용을 들여다보는 감청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감청 기술을 적용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어떤 사이트를 차단할지 여부는 정보통신망법(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라 음란물, 명예훼손, 불법도박 정보, 국가보안법 금지정보 등에 대해 심의권한을 부여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 소위 위원 5명이 결정한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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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 내용 심의를 맡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불법정보로 판단하고 접속차단을 결정했다가 실수한 예는 적지 않다.
이처럼 완벽하지 않은 심의제도로 불법으로 판단한 인터넷 사이트를 더 고도화된 기술로 막는다고 하니, 국민으로선 완벽한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것이다.
소위 ‘가짜뉴스’ 파동에서 드러난 정치 편향성도 인터넷 내용규제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이를테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jtbc)는 문제 없다’고 판단했는데, 야당은 여전히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5.18은 폭동이고 1급 전쟁 범죄다’ 등의 영상 삭제 요청에 대해 구글 유튜브가 거부하자 정부 여당은 강도 높은 비판을, 야당은 제작자의 이의제기제도를 언급한다.
정치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입장차가 크다 보니, 인터넷에서 뭔가를 차단하거나 삭제하고 허용하고 푸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감청기술이 아닌데, 지금까지 해왔던 일인데, https 차단이 논란인 이유는 자라(인터넷 국가주의)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셈이다.
정부가 합법적인 국가권력을 공익을 위해 행사하려 한다는 점을 인정받으려면 인터넷 내용 심의 제도를 자율규제 중심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