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지금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부담되지 않는 모습으로 성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지난달 11일 출국해 카타르에서 열린 8개국 초청 청소년 축구 대회에서 우승한 청소년축구대표팀이 시리아와 스페인에서의 훈련까지 마치고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에서는 이번 해외 원정에서 10골(6경기 출전)을 터뜨린 박주영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박 선수는 인천공항에서 열린 입국 기자회견에서 "성원에 감사하지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성인대표팀 합류 논란에 대해서도 "당장 합류할 욕심이 들지는 않는다"며 "오는 6월에 열릴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목표 달성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박 선수는 이어 "이번 해외 출장에서 유럽 선수들과 경기하는 동안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나중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주영 선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해외출장 소감은.
"카타르 대회에서 우승해서 기쁘다.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나를 사랑해줘서 매우 고맙다. 그리고 유럽 선수들과 경기하는 동안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다. "
- 골을 넣을 때 자신만의 특별한 움직임 같은 게 있나.
"없다. 단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경기하기 때문에 득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골 욕심을 지나치게 부리지 않아 좋은 기회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 성인대표팀 차출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 당장 성인대표팀에 합류할 욕심이 들지는 않는다. 우선은 오는 6월에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드는 게 목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 유럽 선수들과 경기하며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는데 최종 목표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유럽, 그 중에서도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싶다."
- 유럽 진출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제안이 있었나.
"제안받은 건 아직 없다. 가급적 빨리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시기를 정한다고 해서 그 때에 맞춰 누가 불러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나도 월드컵 무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다"
- 지난 9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나도 월드컵 무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분들이 체격 문제를 지적해주셨다. 체격은 앞으로 운동하면서 조금씩 불릴 생각이다. 한꺼번에 몸을 불리면 내 나름의 플레이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나 스스로 경기 운영능력이 아직 부족함을 느꼈다. 내가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는 경기가 안 풀리거나 경기에서 졌을 때 더 침착해야 하는데 그런 템포 조절 능력이 미흡한 것 같다."
- 사람들이 박주영 선수를 관심의 초점으로 삼는 것에 대해 주변 동료들이 시기하지는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 재미있게 잘 어울린다."
-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특별히 닮고 싶은 선수는 없지만 닮고 싶은 플레이 스타일은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앙리에게서는 드리블해서 과감하게 돌파하는 능력과 골 결정력을 닮고 싶다. 지단에게서는 드리블 능력과 패싱 능력을 배우고 싶다. 그들을 보면 정말 쉽게 플레이하고 경기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이 든다. 경기를 재미있게 해야 능률도 오르는 것 같다."
-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없다. 모든 골이 다 소중하다. 내가 터뜨린 골들은 친구들과 손발을 딱딱 맞춰 넣은 것들이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골 기회가 만들어진 것 같다."
- IQ가 높다는 말이 있는데.
"중학교 때 측정했는데 150정도 나왔다. 당시 선생님께서 축구하지 말고 공부하는 게 어떠냐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 몸이 안 좋다는 말이 있는데.
"양쪽 발목이 약간 안 좋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몸이 힘들고 지쳐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건조한 곳에 오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가습기를 꼭 챙기라고 하셨다."
- 골을 넣은 후 보여준 기도 세레모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며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지금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부담되지 않는 모습으로 저를 성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겠다. 그리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날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딴 길로 새지 않고 운동에 더 시간을 많이 투자할 생각이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주영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펼쳐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기에 팬클럽을 결성했다."(한승기, "박주영 팬클럽" 회장)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한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맞추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함께 뛴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최현혜, 축구사랑모임 "중간나라" 회원)
11일 오후 인천공항 대합실에는 청소년축구대표팀의 귀국을 환영하는 축구팬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 "박주영 팬클럽"(회장 한승기)은 이날 정오 무렵부터 공항에 나와 문자 생중계 및 귀국 환영 공연을 준비했다.
본업이 가수인 한승기 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선수의 멋진 플레이에 반해 지난달 27일 카타르 8개국 청소년 대회 결승전 직전 팬클럽을 결성했다"며 "이번에 출시한 앨범에 수록된 "동해의 꿈"이란 곡을 개사해 박 선수 공식 응원가인 "꿈의 박주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 회장은 "팬클럽 차원에서 박 선수 귀국 현장을 문자 생중계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세 사람이 전화로 전하는 현장 상황을 사무실에서 텍스트로 올려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팬들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이날 두 명의 다른 회원들과 함께 공항 대합실에서 "꿈의 박주영"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돋운 뒤 박 선수에게 "꿈의 박주영"이 담긴 CD를 전달했다.
한편, 이날 대합실에서는 "박 선수 이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축구팬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축구사랑모임 "중간나라" 회원이라고 밝힌 최현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언론에서 지나치게 박주영 선수 한 사람만을 부각시키는 것 같다"며 "함께 뛴 다른 선수들에게도 골고루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간나라" 회원인 정예주씨도 "우리가 박주영 선수를 싫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멋진 오버헤드 골을 터뜨린 신영록 선수 등 다른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