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학살한 전두환 잠들 곳 없다"…파주 안장 소식에 반발

  • 등록 2023-12-04 오전 9:43:58

    수정 2023-12-04 오전 9:58:35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12·12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람객 4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를 경기 파주시에 안장하겠다는 유족 계획에 파주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1월 23일 사망해 지난달 23일로 사망 2주기를 맞았다. 그는 1997년 대법원에서 군사반란죄·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 현재 유해는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보관 중이다.

전 전 대통령 유족들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유해 안장을 위해 사유지 매입 등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이 생전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뵈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남긴 데 따라 유족 측이 결정한 일이다.

민간 사유지인 안장 예정지는 약 100m 고지에 위치해 ‘장산 전망대’로 불리고 있는 곳이다. 군 주둔지가 아니며 개성 등 북한땅이 보이는 곳이다.

30일 경기도 파주시 아동동 파주시청 앞에서 겨레하나파주지회와 민족문제연구소고양파주지부, DMZ생태평화학교 등 11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파주 장산리 매장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장산리 인근엔 주민들의 전 전 대통령 유해 안장 반대 현수막이 게재되는 등 지역사회에선 안장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겨레 하나 파주지회 등 경기 파주지역 11개 시민단체는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산리에는 임진강과 북녘땅 개성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조망을 갖춘 장소이자 각종 평화통일 행사를 열어왔던 남북 화해의 상징적인 장소로 그 의미가 파주시민들에게 남다른 곳”이라며 “그런 장산리에 쿠데타, 광주학살, 군부독재, 민중 탄압의 상징인 전두환이 묻힐 자리는 없다. 나아가 파주 그 어디에도 학살자 전두환을 편히 잠들게 할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경일 파주 시장도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봄을 철저히 짓밟고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유해를 파주에 안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또 정치인으로서 전두환 유해 파주 안장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시장은 “현재까지 토지사용에 대한 어떠한 문의가 오거나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언제나 그랬듯 저는 시민의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두환 유해의 파주 안장을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4일째 100만 명, 6일째 200만 명, 10일째 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파죽지세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이 주연한 이 영화는 1979년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 전 대통령이 주도한 12·12 쿠데타를 픽션으로 재구성했다.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의 숨 막히는 9시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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